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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등불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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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애린 조회 430회 작성일 22-12-0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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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등불 아래
이종희


달님이 음습한 공기를 덮고 잠이 들던 밤,
오빠가 산 너머 마을에서 돌아오지 못하면서
마중을 가라는 아버지의 명이 떨어졌다.

가지 않겠다는 두 동생을 겨우 달래 가며
돌계단을 지나 으슥한 산길에 접어들자
무덤가에 장승처럼 서 있던 소나무가
어둠의 늪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산속을 떠도는 슬픈 애장의 흔적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나는 빈 가지 흔들며 지나는 바람처럼
온갖 구실로 만든 못생긴 언어를 소환해
오빠를 원망하고 있었다.

어느덧 마을 불빛마저
암막커튼에 가려 흔적이 없는데
한 시절 끔찍한 폭격에 이슬이 된 넋들이
비 오는 밤이면 부활한다는 포구를 지척에 두고
새까만 물체가 방방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의식의 촉수를 뾰족하게 세워도
감당할 수 없는 공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손전등 빛으로 빨려 들어온 것은 오빠였다.

순간,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허허, 그렇게 무섭더냐 "

줄곧 우리 뒤를 밟은 아버지셨다.

나는 지금도 그늘진 생각이
더 스산한 길을 만들어 세상 미아로 느껴질 때면
바람과 바람이 유영하는 하늘빛 시간을 걸어
그곳에 가고 싶다.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지요?
또다른 향수로 자리한 금오 홈페이지
만만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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