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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타작에 대한 소회
남녘은 지금 보리타작과 모내기가 끝물이다
산딸기, 정금, 그리고 인동초 꽃도 그렇다
써래질에 흙탕물을 뒤집어 쓴 논두렁의 모딸은 아직 안 익었다

요즘은 보리를 많이 심지 않기 때문에 탈곡기 대신 도리깨가 요긴하게 쓰인다

일전에 인간이 산을 개간하여 밭으로 만들고 지금은 그 밭들이 도로 억새
우거진 산이 되어있었다는 즉 인간은 결국 자연을 이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도리깨가 그랬다
산업화가, 기계화가 도리깨를 넘었으나 지금 시골엔 도리개질이 한창이다

집에 현금이라곤 먹고 죽을래도 없던 시절에
이른 봄 보리이랑 사이의 달래와 늦 봄 따 말린 인동초 꽃은 공책 등 학용품 값
으로 꽤 기여를 했었다
인동초는 같은 줄기에서 희고, 노란 두가지 색의 꽃을 피워내는데 그 향 또한 인
고의 세월 만큼이나 짙고 깊다

예전, 섬에서는 보리를 타작하는 늦 봄이 가장 큰 농사철이었다
본부당 마다 택택이와 탈곡기소리, 탈곡기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리 까시락들
보리타작은 까시락과의 전쟁이다
타작에 있어 가장 힘센 남자는 탈곡을 한다
그의 옆에서서 적당한 양의 보리다발을 쥐어주는 서버가 있고
묶인 보리단을 풀어 서버에게 주는 조수, 그리고 보리비늘에서 보리단을 내려 주
는 하역 담당이 있었다

탈곡기 옆에는 떨어지는 보리낱알을 밀대를 이용하여 밖으로 밀어내는 사람,
탈곡기 뒤에는 무차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보리대를 갈퀴로 긁어 모으는 일을
하는 사람과 그 보리대를 나르고 비늘을 싾는 사람이 있었다
탈곡기 뒤 까시락 흩날리는 곳에 모아둔 보리대를 안고 나올때는 순간적으로
잠깐 숨을 멈추지 않으면 까시락이 코를 통해 입으로 나왔다
(누구 보리까시락이 목에 걸려 눈물 흘려본 적 없거든, 손가락을 목에 넣고 외마
디 비명 끝 死地를 경험해 보지 못한 자 보리에 대해 말하지 말라 - 공명)

타작 때 먹는 음식 맛은 천하제일이다
그 중에서도 점심에 나오는 하지 감자를 넣은 갈치조림은 한마디로 죽여줬다
아직까지 그 보다 더 맛있는 감자도 갈치조림을 먹어본 적이 없다

보리대는 항아리 모양의 보리비늘로 집채만 하게 올라갔다
보리대는 쓰임새가 많았다
불소시개로, 닭 잡을 때 잔털 제거용으로, 덕석펼때 높낮이의 밸런스용으로
피리용으로, 보리대 모자용 등으로 용처가 많았다
특히 보리대 모자는 사진을 현상하고 버리는 필름을 둘러 멋을 더했고 여자용
은 비닐로 만든 꽃을 붙였다
보리대는 소나 돼지의 이부자리를 거쳐 거름이되어 밭으로 되돌아 가기까지
비늘은 사철 우리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보리를 볶아 먹었다
비는 와야했고 비가 오면 보리를 볶았다
농번기철에 비는 강제된 휴식이다
몽돌
고향 옛향수가 물씬.. 눈물짓게 하는 너무 좋은글입니다.
이 글 밑에 시끌벅적하던 정겨운 댓글들 ..
함께 보존되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공명님 잘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14·04·30 19:55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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