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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시절 한토막
제가 어릴적 우리집은 참 가난했습니다.

담장은 돌로쌓아 둘러치고 그 담장위로 감나무 배나무가 무성하게 덮여있던 우리집은
따로 떨어진 소마굿간겸 변소 지붕까지 억새로 엮어 만든 초가지붕이었습니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전개되던 이전의 마을풍경은 초가지붕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늦가을 고구마캐기가 끝나면 마을 어른들이 높은 산에 올라가 마른 억새풀을
낫으로 베어 지게로 져 날랐습니다. 초가지붕을 이을 날개를 엮어야 하기 때문이었죠.
저도 망산에서 뒷산 다스랑까지 할아버지 따라 다니곤 했는데 빈 걸음으로도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며칠동안 지게로 져온 마른 억새단이 그득 쌓이면 할아버지께선 텃밭 햇살 잘 드는쪽에 앉아 날개(이엉)를 엮으시면
저는 곁에서 새참으로 드실 고구마도 가마솥에서 퍼오고 물도 떠오는 심부름을 했습니다.
때론 할아버지 앞에 엮인 날개가 겹치면 앞으로 쭉쭉 당겨드리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 곁에는 항상 닭이 너댓마리 놀고있었는데, 새참 드시고 남은 고구마를
전부 닭에게 던져주기 때문에 닭들이 그걸 아는거였습니다.
요즘 닭들은 잘 안먹지만 그때 닭들은 먹다 던져준 고구마껍질도 잘 쪼아먹었지요.

우리 할아버지는 닭을 유난히 좋아하셔서 가끔 닭을 안고 털을 쓰다듬어 주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습니다.
집 귀퉁이 처마밑에 닭이 깃들수 있도록 판자를 덧대어 닭집을 만들어 주었는데 저녁무렵이면
닭들이 그 높은데까지 점프해서 올라가는 소리가 소란스러웠지요.
암닭이 알도 그 안에다 낳기때문에 키가 크신 할아버지 외에는 집안식구 아무도 알을 꺼낼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할아버지가 알을 꺼내서 헛간 보릿독에다 넣어 두시는걸 보았습니다.
알이 모이면 팔아서 제 연필과 공책도 사주시고 담배도 사 피우셨지요.
끼니때로 하도 반찬이 없어 할머니가 알을 물어오시면 저기 보릿독 속에
알이 들어있다고 몰래 가르쳐 드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여남국민학교 2학년때(1969년도) 담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나오셨는데
집이 가난해서 마땅히 대접해 드릴게 없는거였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생각끝에 그 보릿독 속에 손을넣어 계란들을 꺼내 오셨는데
마땅히 담아드릴데가 없어 선생님 호주머니에다 넣어 드리기 시작한겁니다.
선생님은 만류하시는데 할머니는 더 드린다며 자꾸 선생님 호주머니에다
계란들을 눌러 넣다보니 아랫것들은 깨지고 있단걸 선생님 표정으로 알수 있었지요.

여남 중학교 졸업과 함께 떠나온 고향 .. 세월은 숨가쁘게 흘러갔어도
유년시절의 추억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또렷해 집니다.
아이들과 책가방을 들고 오르내리던 심포몬당 학교길은 신작로가 뚫리면서
풀숲에 묻혀졌지만 고향을 찾을때마다 풀숲속에 흔적만이 남아있는 그 길을 찾아
걸어가 보곤 합니다.


DATE: 2006.08.30 - 22:34
LAST UPDATE: 2009.03.30 -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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