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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여행


      많은 날을 벼르기만 했던 여행이었다. 늘 길을 나서기전에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습관 때문에 계획은 거창했지만 막상 추진하는 것에는 미적거리는 소심함이 없지 않았었다.

      이번 여행에도 예외일수 없어 지난 해부터 꾸준히 계획만 세우다 오늘까지 왔다.

      같이 동행을 하기로 한 익산의 문우의 적극성 덕분이었다. 그녀는 전날이 시아버지의 기일이니 이틀동안 월차를 쓸 예정이라고 했다. 며느리로서 시아버지의 기일 다음날은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지 싶었지만 그녀는 이번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한 달동안 즐거웠다고 말했다.

      2시간여를 잤다는 그녀는 새벽 첫 기차로 순천역에 도착했었다고 한다. 낙안에 계시는 선생님과 순천 역에서 만나 배 시간에 맞춰 열심히 달려 돌산까지 왔다.
      정작 돌산에 사는 나는 아직도 집안의 잡다한 일로 부산했다.

      카메라를 챙기고 어디다 던져놓았는지 모를만큼 무심하게 방치한 휴대전화를 찾아 충전을 시키고 김밥도 쌌다.

      뱃길에 추울가봐 마후라도 챙겨 가방에 넣고 여행에 나섰다.

      바람이 머물고 있는 선착장은 아직도 추웠다. 햇살에 자리를 내 주고 떠나기엔 아직도 미련이 많은 듯 잔 바람이 살랑거렸다.

      오랜만에 타보는 배에도 아직 봄의 느낌은 느껴지지않았다. 주중이어서 관광객이나 낚시꾼들의 방문도 뜸한 편이라 선실은 한산했다.

      갑판에서 사진도 찍고 다른관광객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채 30분이 걸리지않는 시간에 배가 여천항에 닿았다.

      아련한 느낌,
      아직도 태고적의 몽환을 느끼게 하는 풍광이 먼저 내 가슴의 한 가운데로 화살이 과녁에 꽂히듯 그렇게 날아들었다.

      촘촘하게 쌓아올려진 돌담은 외부로부터의 바람과 내 안의 기를 동시에 보호하려는 작은 몸짓에 불과 했다.

      돌틈으로 새어들 바람과 그 사이를 비집고 세상으로 나가려는 본능을 모르는 듯 눈감고 있을 따름이었다.

      봄은 이미 그곳을 떠나려는 차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그릴 수 없는 그림, 어휘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서러운 자태는 나를 그 자리에 주저앉게 했다.

      자밤나무의 초록 숲은  하늘을 일렁이게 하고 있었고 동백나무 군락은 우람하게 바다를 품고 있었다.

      지천으로 커 올라오는 머위, 산취, 두릅등의 봄나물들이 천군만마를 얻은듯 기세좋게 쑥쑥 제 빛깔을 맘껏 자랑하며 땅을 지배하는 모습에서 사람의 왜소함과 보잘것없음을 대면하며 나는 잠시 숙연해졌다.

      바다에서는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물결이 밀려갔다 밀려오는 소리, 소라, 조개, 등의 어패류들의 쉼호흡하는 소리, 자갈들이 굴르며 내는 웃음소리까지...

      그것은 화음이 되어 소음에 찌들은 내 귀를 청소해주고 있었다.

      그랬다. 자연은 경건하고 엄숙하게 사람을 지휘해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듣는 자연의 교향곡은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불후의 명곡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 한끼를 먹이고 싶어 하는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귀한 광어로 미역국을 끓여 친구가 맛나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친구의 우정이 밝은 얼굴만큼 예쁘다.

      언제 또 다시 찾아 갈 수 있을 지 기약은 없다. 돌아오는 배 선실안이 장작불을 지핀 구들보다 더 따뜻하다. 아마도 여행객들이 따뜻한 방에 잠시 눈을 붙이라는 배려인듯 싶었다.

      아름다운 풍광만큼 승객을 배려하는 마음도 아름답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어도 피곤하지 않은 이유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잠은 잘 잤다.


      DATE: 2009.04.29 - 18:13
      LAST UPDATE: 2009.07.05 -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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