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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산 화첩] 금오도 대부산 (하)
곽원주 기자  2009-02-28 16:21:43, 조회 : 5,782, 추천 : 1308

떠나지 않은 가을과 미리 찾아온 봄을 느끼다
        향일암 일출 더불어 찾을 여수의 절경 섬산
등산로로 접어들어 조금 오르니 여기저기 작은 텃밭에 파란 배추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고, 양지쪽 언덕배기에는 파란 풀잎들이 돋아 있다. 12월 중순인데도 강원도 지방과는 사뭇 달라 겨울을 느끼기에는 이른 것 같다. 이곳 초겨울 금오도에는 떠나지 않은 가을과 미리 찾아온 이른 봄이 함께 공존한다.

집터에는 팔뚝만큼 자란 녹색 담쟁이넝쿨이 돌담을 휘감고 있다. 지금은 폐허가 된 집터 여기저기에 고목이 된 유자나무만 멀쑥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인 없는 나무에 매달려 탐스럽게 익은 유자들은 아직도 빛깔이 곱다. 옛 마을터를 벗어나 예전에 뙈기밭이었을 억새밭을 지나니 잡목지대가 나온다. 어린 동백나무 새싹들과 야생 춘란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실란, 풍란, 춘란 자생지였으나 지금은 풍란은 찾아보기 힘들고 춘란만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가파른 소사목지대를 오르니 첫 번째 조망처가 나온다. 고흥 나로도와 팔영산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진다. 함구미쪽을 바라보니 아담한 어촌은 참으로 평온하고 그림 같이 아름답다.

▲ 문바위에서 다도해 조망./ 대유 마을 촌가.

노부부마저 세상을 뜨면 저 할미섬도 무인도가 되겠지

소사나무 숲길의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그리고 새소리가 어우러져 영혼을 맑게 한다. 대부산의 산릉길은 온통 소사나무터널을 이루고 있어 여름엔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산림욕하기에 안성맞춤이겠다. 낙엽이 쌓여 땅이 보이지 않고 높낮이도 없는 그런 능선 숲길을 생각에 잠겨 걷다보니 대부산 정상안내판이 지도와 함께 세워져 있다. 잡목이 우거져 주위 조망이 좋지 않다. 특이한 암봉도 없다. 또한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산행하는 사람들을 전혀 만나지 못했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한가로운 산이다.

함구미에서 두포에 이르는 산 전체를 대부산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숲이 울창하고 사슴들이 떼 지어 살아 조선 고종 때 명성황후는 이 섬을 사슴목장으로 지정하여 민간인 출입과 벌채를 금하고 황장봉산으로 삼았다. 그 후1885년 봉산이 해제되면서 나라에서 민간에게 대부를 해준 산이라고 하여 대부산이 되었다.

대부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서니 너럭바위에 전망 좋은 조망처가 나온다. 이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며 이상년씨(런닝라이프 이사)가 저기가 장흥 천관산이라며 멀리 바다 건너 보이는 산을 손짓으로 가리킨다. 청옥빛 바다를 가르는 통통선의 하얀 물거품, 뱃전 위를 맴도는 괭이갈매기의 날렵한 몸놀림, 점점이 떠있는 섬들에서 나는 시어를 느낀다. 어쩜 섬 산행의 멋이란 이런 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태백도 이곳에 서면 비경에 감탄하여 싯귀를 잃고 말 것이다.

소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며 조금 내려서서 너덜지대를 통과하니 이곳 또한 조망이 시원스런 너럭바위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잘 정리된 등산로는 가끔 바위를 붙잡고 올라야 하는 곳도 있지만, 너럭바위와 숲길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 섬 산행의 멋스러움을 한층 더해준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조망 좋은 암릉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문바위다. 문바위에 올라서니 우리가 아침에 내렸던 여천여객터미널이 발아래다. 끝없는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뻗어나간 금오도 산자락은 쪽빛 바다 위를 유영하다 용궁을 찾아 들어가는 자라잔등처럼 느껴진다.

금오도는 소나무가 많아 멀리서는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하여 거무섬(검은섬)이라고 불렀다. 금오도의 황장목으로 좌수영인 여수 진남관 68개 기둥을 세웠으며, 경북궁 복원 때도 금오도 황장목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솔고지(송고)와 두모리 직포 해송림이 약간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한다.

칼이봉에서 느진목으로 내려서니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계절을 느끼게 된다. 아열대 상록활엽수와 전나무가 어우러져 밀림지대 같다. 그렇게 숲이 우거진 곳에 옛날 집터의 흔적인 이끼 낀 돌담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옥녀봉까지는 아직 2.7km가 남았다. 시간을 보니 벌써 4시다. 계속 가면 여수여객터미널로 떠나는 5시 마지막 배를 탈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서둘러 대유 마을로 내려선다. 유독 유자나무가 많은 이 마을의 집들은 추녀 끝까지 높게 쌓아올린 돌담이 인상적이다. 건너편 산비탈 교회당의 십자가는 저녁노을에 더욱 붉다. 이곳 남면은 37개의 섬 중에 유인도가 13개라고 하는데, 젊은 사람은 점점 뭍으로 떠나고 있어, 늙은 부부가 살던 섬은 그들이 세상을 떠나면 무인도가 될 거라고 한다. 현재 늙은 노부부 둘이 살고 있다는 할미섬에 붉은 노을이 따사롭게 비치고 있다. 머지않아 저 할미섬도 무인도가 되겠지.



/ 그림·글 곽원주 blog.empas.com/kwonjoo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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