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열도 비렁길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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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를 다녀와서
임진택  2009-07-24 23:25:19, 조회 : 9,339, 추천 : 1534


    존경하는 김병호 선생님이 해설하시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의 매영답사회에 참가하여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을 이해하고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다. 그런데도 이런 저런 이유로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해 아쉬워했는데 이번에 실시된 '남면 금오도의 매봉산과 선사유적을 찾아서'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어제 밤부터 날씨에 신경을 쓰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데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아이들과 테니스를 했던 터라 조금은 피곤했고 시간에 쫓기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서시장에 가서 김밥을 사 들고 중앙동 물양장으로 달렸다.

    평소에 한 직장에서 근무하던 분들과 옛 동료들 그리고 사회에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서 알고 지냈던 반가운 얼굴들이 등록을 하고 있었다. 바다를 보고 싶어서 참가하셨다는 언론개혁을 위한 모임인 여수인사모 회원 한 분도 만날 수 있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 가입하고 나서 맞이한 회원으로서의 첫 행사여서 여러 가지로 설레기도 하고 기쁜 마음 그지없었다.

    우리를 태운 배는 9시 50분에 출발해 호수처럼 잔잔한 사월의 바다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연두색과 녹색이 교차한 산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4월의 휴일을 지키고 있었다. 간밤에 잠깐 내린 비가 대기 속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걷어내 주어 더욱 더 맑아진 하늘 때문인지 바다는 더 짙은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장군도를 옆으로 끼고 용의 몸통처럼 늘어져 있는 돌산대교 아래를 지나니 구봉산과 신월동의 아파트 무리들이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는 듯했다.

    '만조 시 둘레가 300미터 이상이면 도(島)이고 300미터 미만이면 9嶼)'라는 등의 김병호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약 60여명이 참여한 시티투어는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어서 시루떡을 할 때 두르는 모양을 한 돌산 무술목 옆의 '바람산성'의 관광자원활용에 관한 내용의 설명이 흘러나왔다. 곁들어서 여수에 있어서 역사적으로나 관광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대미산'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무술목과 그 옆의 대미산과 소미산,에 얽힌 임진왜란에 있어서의 역사적인 의의도 불어오는 시원한 바다바람과 함께 뱃전에 울려 퍼졌다.

    한자로는 덮을 개(蓋)자를 쓰지만 원래는 섬이 개의 귀처럼 생겨서 '개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개도와 바다에 떠있는 섬에 나무가 워낙 많아서 까맣게 보인다고 해서 '까막섬'이라고 불리워진 데서 유래했다는 '가막만'과 백도 앞의 화양면 봉화산의 봉수대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멀리 산맥처럼 이어진 돌산의 산들은 사월의 햇살을 받으며 더 커져 가는 것 같았다. 돌산 군내리 앞에 있는 '송도'는 소나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고 작은 섬을 이르는 말 '솔섬'에서 유래되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수심이 깊으면서도 금오도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예로부터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높을 때면 많은 배가 이용했다는 '금오수도'의 설명을 들으면서 1시간 20분만에 도보 답사지 출발점인 '함구미'에 도착했다.

    함구미에 도착하여 진행본부의 안내를 듣고 비교적 잘 개척된 등산로를 따라 매봉산에 오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그런데 등정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난관에 봉착했다.

    여러 날 동안 몸이 좋지 않은 아내를 무리해서 데리고 갔더니 힘들어하며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주저앉았다. 평소에는 건강했는데 올해 들어 몸에 이상이 생겨 상당한 기간동안 투병 중이었는데 워낙 뜻깊은 행사이고 내용도 좋아서 구경시켜준다는 뜻에서 동행을 권했던 것이었다.

    곁에서 도와주며 해안로를 따라 돌아올 때 배를 타야할 汝泉(여천)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아내를 혼자 보내고 일행과 합류하여 등정할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아내가 혼자서 갈 수 있다고 했고 또한 모처럼의 기회이기도 해서 점심으로 가져온 김밥을 하나씩 나누어 등산과 하산의 갈림길에 섰다.

    숲 속을 거닐기도 하고 햇살을 받기도 하며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쉼 없이 걸었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부모를 보채기도 했지만, 씩씩하게 구슬땀을 흘리며 아주 잘 올라갔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를 따라 좋은 경험하는 아이들은 싱싱하게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한 부모님들이 돋보였다.

    나무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은 출발한 아침보다 더 파란 색을 띠고 있었고 멀리 수평선 언저리에 하얀 구름 띠가 마치 신화에서나 나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매봉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지점에 바위의 무리가 있어서 흐르는 땀을 식힐 겸, 앞서간 일행들이 그러했듯이 올라가 보았다. 그 푸른 하늘의 영향인지 바다는 그냥 푸르다고 하기엔 미안할 정도였다. 바다가 나타낼 수 있는, 아니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파란 색의 바다가 아닌 색다른 파란 바다였다. 쪽빛도 아니고 하늘색도 아니고...어제의 하늘이 품은 빛깔보다는 덜 파랗고...에머랄드 빛보다는 덜 파랗고.....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바다색깔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그 바다는 "가슴이 시릴 정도로 파랬다"고 표현하기엔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망망대해였더라면 정겨운 느낌이 덜 들었을 것이다. 그 바다에 섬들이 저마다의 전설을 간직한 채 4월의 봄빛을 만끽하며 느리게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섬들을 에워싼 바다 색의 아름다움에 취해 바위 위에서 얼른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바라보면서 여수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라고들 했던 것에 대한 말들을 떠 올렸다. 타지역에서 여수관광을 위해 오긴 하는데 기껏해야 오동도, 진남관, 돌산대교부근 그리고 향일암을 둘러보고 가기 때문에 숙박을 하면서 머물지 않는다고 체념상태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수시가 관광의 종착점이 아니고 여수를 더 돋보이게 하는 섬들, 다도해의 섬들이 관광의 종점이 되게 만든다면 여수는 수많은 관광객이 머물면서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유람선을 타고 그냥 둘러보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이번 여행과 같은 등산과 문화탐방이 곁들여진 체험관광을 개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의 바다는 농도 짙은 물감 같은 푸른 액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붓으로 찍어서 그림을 그리면 아마도 누구나 감탄할만한 색깔이 나올만한 파란 바다였다.

    이제 막 싹을 내밀어 조금씩 저마다의 연두 빛깔을 내고 있는 숲 속에 파묻히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의 혜택을 입은 일이었는데 물빛, 아니 바다 빛 하나만으로도 벅찬 경험이었다. 약간 늦어진 점심이었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맛본 김밥은 점심과 여행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처음으로 참가한 시티투어를 통해서 바다의 도시 여수의 진면목을 맞이할 수 있었는데 바다빛깔을 통해서 그것을 맛 볼 수 있어서 기쁨이 더 컸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거제도 해금강이나 거문도 백도는 빼어난 경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비록 그런 곳보다는 자체의 경관은 조금은 뒤떨어지더라도 주변에 산재한 섬들과 바다는 그에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잘 살려볼 일이다.

    등반이 목적이었던 이번 답사에서 바다 빛에 매혹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기야 바다에 떠 있는 섬의 산에 올라서 등반의 기록만 남긴다면 그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바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여수는 천혜의 자연혜택을 받은 복 받은 고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금오도는 그 중심에 있었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데 다른 곳이 아닌 여수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이런 뜻깊은 행사를 기획한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소장님을 비롯하여 진행하신 엄길수 선생님, 험한 길에 장비를 운반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은 몇 몇 회원여러분 그리고 함께 참여하신 여러분 또한 늘 존경해마지 않은 김병호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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