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열도 비렁길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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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인가 산인가...나는 걸었네
노리  2010-01-16 23:45:34, 조회 : 8,007, 추천 : 1536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올려진 글입니다


섬인가 산인가…나는 걸었네
[걷고 싶은 길] 여수 금오도 대부산


섬은 바다에 떠 있으면서도 그 실체는 산이다. 점성(粘性)이 약한 용암의 분출로 생겨난 마라도, 가파도 등 제주도의 몇몇 섬을 제외한 대부분의 섬들은 하나의 산체(山體)를 이룬다. 예컨대 한라산이 제주도이고, 성인봉은 울릉도의 전부나 다름없다. 무수한 섬들이 떠 있는 다도해의 어느 섬 꼭대기에 올라서면 크고 작은 산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흩뿌려진 장관을 조망할 수 있다. 여수 돌산도의 남쪽 바다에 우뚝한 대부산(大付山, 3백82미터)도 다도해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천연 전망대다.








금오열대 일대의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윗길.
금오열대 일대의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윗길.
 
매봉산, 송고산, 대대산 등으로도 불리는 대부산은 금오도(金鰲島)의 최고봉이다. 섬의 형태가 자라를 닮았다는 금오도는 자신을 비롯해 안도, 연도, 소리도, 화태도, 대두라도, 소두라도, 나발도, 대소횡간도 등 37개 섬으로 구성된 금오열도의 좌장(座長)이자 여수시 남면의 면소재지다. 면적 27.481제곱킬로미터, 해안선 길이 64.5킬로미터인 금오도에는 섬의 규모에 비해 큰 산이 많다. 대부산뿐 아니라 망산(3백44미터), 옥녀봉(2백61미터), 상산(2백7미터), 중봉(2백31미터) 등의 산봉우리들이 즐비하게 솟아 있다. 해발고도는 2백~3백 미터대에 지나지 않지만, 산행 기점이 바닷가에 자리해 있어 산행 소요시간과 코스 난이도는 육지의 5백~6백 미터급에 뒤지지 않는다.

대부산 종주 총길이 11km·약 5시간 걸려

섬 산행은 아무리 등산코스가 험준하거나 길어도 그리 지루하지 않다. 어디서나 눈길만 돌리면 상쾌한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섬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것에 매료되면 아무리 멀고 외딴 섬이라도 천 리 길의 다리품도 아깝지 않다. 여수 금오도가 바로 그런 섬이다.

대부산 종주코스의 총길이는 약 11킬로미터에 이른다. 송유리의 함구미마을을 출발해 대부산, 문바위, 칼이봉, 느진목, 옥녀봉, 검바위 등을 거쳐 면소재지인 우학리로 하산하는 이 코스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섬 산행치고는 거리와 소요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필자 일행은 함구미마을에서 대부산, 문바위를 거쳐 여천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총길이 5.7킬로미터의 이 코스를 섭렵하는 데는 3시간가량 걸렸다.  

산행 기점인 함구미마을부터 능선길이 시작되는 팔각전망대까지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꾸준히 계속된다. 숨은 가빠도 마음은 가볍다. 돌담길, 대숲길, 억새밭길, 너덜길, 서어나무 숲길 등이 번갈아 나타나 다채로운 풍광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여천마을 부근의 내리막길에서 만나는 대나무 숲길.
여천마을 부근의 내리막길에서 만나는 대나무 숲길.
 
대부산은 숲이 좋다. 그런데 수종은 의외로 단조롭다. 하얀색 줄기 때문에 자작나무로 오인받기 십상인 서어나무 일색이다. 자작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낙엽교목)에 속하는 서어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하다. 그런데도 이 나무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쓸모가 많지 않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까닭이다. ‘숲 속의 보디빌더’라는 별명을 가진 서어나무의 줄기는 가지런한 원형이 아니라 제멋대로 뒤틀려 있다. 판재를 만들기도 마땅치 않고 공예품의 재료로 활용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간혹 표고버섯을 기르는 밑나무로 쓰이기도 하지만, 참나무보다 버섯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서어나무는 인간에게 그다지 쓸모가 있지는 않아도 숲 생태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극상림을 이루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를 천이(遷移)라고 한다. 그리고 천이의 마지막 단계에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숲을 ‘극상림(極相林)’이라고 한다. 대부산 곳곳에 서어나무가 빼곡한 것을 보면 산 전체가 극상림을 이루는 듯했다. 오히려 참나무류, 소나무, 진달래 등과 같이 우리나라의 산지에 지천으로 자라는 나무들이 여기서는 흔치 않아 보였다.







바람에 진한 향기를 흘리는 함구마을의 유자나무.
바람에 진한 향기를 흘리는 함구마을의 유자나무.
 
함구미마을을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서 빽빽한 서어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팔각전망대에 당도한다. 최근에 세워진 이 전망대에 올라서면 일망무제의 다도해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산행의 출발지인 함구미마을이 발아래 빤히 내려다보이고, 바다 건너편에는 개도, 월호도, 대·소두리도, 화태도, 돌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서남쪽 바다의 고흥 외나로도에 들어선 나로우주센터와 북쪽의 여수시내 아파트 건물들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가벼운 전율마저 느껴질 만큼 조망이 탁월하다.

서어나무 숲 절경에 훌륭한 바다낚시 포인트도

팔각전망대부터는 휘파람이 절로 나올 정도로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 능선길은 울창한 서어나무 숲길과 전망 좋은 바윗길을 번갈아 지나게 된다. 간간이 나타나는 바윗길 구간에서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하며 걷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바다 쪽은 급경사의 바위벼랑이지만, 공포감 대신에 전망의 상쾌함만 오롯이 느껴진다. 다채로운 형태의 섬과 배들을 껴안은 다도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듯하다.







대부산 등산로 출발기점에 자리한 함구마을의 고풍스런 돌담길.
대부산 등산로 출발기점에 자리한 함구마을의 고풍스런 돌담길.
 
전망대에서 약 20분 거리에 자리한 대부산의 정상은 아주 평범하다. 서어나무숲 한복판에 서 있는 안내표지판만 아니라면 이 섬의 최고봉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잡목이 우거져서 시야도 답답하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이 능선길에서는 천연의 바다전망대를 수시로 만날 수 있다.

모처럼 휴가를 내고 어렵게 이곳을 찾았다는 이주영(33) 씨는 “내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면서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이 산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감상했던 겨울바람과 다도해 바다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산 정상에서 2.1킬로미터 거리에는 문바위라는 절경이 있다.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양쪽에 솟아 있는 모습이 문처럼 생겼다. 이 바위의 북쪽에는 필자 일행의 산행 종점인 여천마을이 있고, 남쪽 사면에는 주민들이 염소를 기르는 목초지가 형성돼 있다.







팔각전망대에서 바라본 대부산 정상과 서어나무 군락.
팔각전망대에서 바라본 대부산 정상과 서어나무 군락.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옛날 금오도에는 사슴이 떼 지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 말기에는 이곳에 국영 사슴목장이 설치됐다. 또한 섬 전체를 봉산(封山)으로 지정해 일반 백성의 출입과 벌목을 엄격히 금지하고, 전라좌수영으로 하여금 이곳의 소나무숲을 보호하도록 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오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종 2년(1865년) 경복궁 중건을 위해 수백 주의 소나무 고목을 벌목해간 뒤로 큰 소나무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이웃 섬인 안도에 큰불이 나는 바람에 그곳 주민들이 금오도로 건너와 화전을 일구기 시작하자 나라에서는 마침내 1885년에 봉산을 해제하고 개간을 허용했다.

문바위를 뒤로하고 15분쯤 걸으니 여천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 쉼터에 당도했다. 여기서 해안도로변에 자리한 여천마을까지는 8백미터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길지 않는 그 길에서 때늦은 가을 단풍과 때 이른 겨울 동백꽃을 동시에 구경했다. 이미 계절은 겨울 깊숙한 곳에 들어섰는데도 이 섬에서는 겨울의 풍경과 정취를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해안도로변의 양지바른 밭에는 마늘, 시금치, 배추 등의 채소가 파릇했다.     







대부산 능선의 팔각전망대에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등산객들.
대부산 능선의 팔각전망대에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등산객들.
 
멀리 금오도까지 간 김에 산행만 즐기고 돌아오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사실 금오도는 괜찮은 등산코스보다도 훌륭한 바다낚시 포인트가 많기로 유명한 섬이다. 대부분 해안이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루어진 데다 해식동굴이 많고 수심이 깊어서 감성돔, 벵에돔, 농어 등과 같은 고급 어종이 많이 서식한다. 특히 금오도 주변의 바다는 여수 연안을 오르내리는 감성돔이 반드시 거치는 길목이자 산란장이어서 대물을 노리는 ‘꾼’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 여행 정보

숙박
면소재지인 우학리에 명가모텔(061-665-9520)이 있다. 돋음볕펜션(061-665-4599), 안골민박(061-665-9690), 여남식당(061-665--9546), 중앙식당(061-665-1212), 상록식당(061-665-9506) 등의 민박집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맛집
우학리의 여남식당(061-665-9546)은 해물정식, 생선회, 매운탕, 아귀찜, 낙지볶음 등의 해물요리를 잘하는 집이다. 특히 금오도 주변의 청정해역에서 채취하거나 잡은 굴, 참꼬막, 고동, 간재미, 장대, 꼴뚜기, 학꽁치, 놀래미 등의 해산물로 푸짐한 해물정식이 인기 있다. 이 밖에도 면소재지에는 우리식당(061-665-9546), 중앙식당(061-665-1212), 상록식당(061-665-9506) 등의 음식점이 있다.

가는 길





가는 길
 
승용차│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국도) → 여수시내 중앙동로터리 → 중앙동 선착장


여객선│여수시 중앙동파출소 옆 선착장과 돌산도의 신기항에서 한림해운(061-666-8092), 화신해운(061-665-0011) 소속의 금오도행 카페리호가 수시로 출항한다. 차량 선적도 가능하다.


 | 글·사진:위클리공감 | 등록일 : 20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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