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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금오도


에세이 '금오도'가 소환한 2016년 금오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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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마을선생님 조회 1,024회 작성일 23-10-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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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금오도를 떠나온지 약 5년이라는 세월이흘렀습니다. 금오도에 발령을 받아 처와 함께 관사에서 생활하며 여남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쳤었고, 따뜻한 금오도 형님, 동생들과 신나게 배구도 하고, 저녁엔 소주도 함께 나누며 정겹게 살았던 시간이... 흔하디 흔한 표현지만 정말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차츰 흐릿해져 가고 있던 즈음이었습니다. 장모님의 추천으로 받아든 책 '금오도'는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마치 그 때, 그 금오도 곳곳으로 나를 소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니 그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저는 결국 마지막 정겨운 댓글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있었습니다. 마약처럼 중독성 있고 '주말의 명화'처럼 아련한 추억이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저의 생각들을 짧게나마 남김으로써 이 책을 만들게 해주신 많은 저자님들과 엮은님들의 수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제 고향은 순천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대학교 진학때문에 광주에서 생활해야했고, 그 후엔 발령지에서 생활해야 했기때문에 명제님께서 여수라는 글 속에 적어주신 고향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리움, 향수에 대한 생각과 경험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저도 금오도에 있을 때에는 주말에 여수에 나가고 싶어했었고, 극장, 레스토랑 등 여수에서 즐기는 도회지의 인문환경을 그리워했었습니다. 하지만 금오도를 떠나온 지금은 신기항에서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갈 때 아름다웠던 경치, 비렁길에서 안도까지 이어지는 시원한 풍광, 푸른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뛰어놀았던 모습, 신선한 해산물에 소주를 나누던 일, 하나하나 너무나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추억입니다. 저 또한 왜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음을 그때는 느끼지 못했는지 아쉬운 마음입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가 통학거리 문제로 뉴스에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닐 당시에는 저학년들도 당연히 20~30분 이상을 걸어서 등하교 했었고,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을 아파트)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통학거리에 민감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린 님이 쓰신 내 친구들이라는 글 속 내용을 보니 중학교에서 안도까지 걸어서 가셨다는 글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걸보니 저도 아직 젊은 편에 속하나 봅니다. 중학교에서 미포를 지나 심장리로, 다리가 없던 시절인지 나룻배로 안도까지라니... 차로 간다고 해도 멀다고 느껴지는데 주의보가 내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그 거리를 걸어서 하교하셨다니... 정말 그 당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여남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기절초풍 했을 것 같네요.


  또 글을 읽다가 제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는 짱가님의 뽈락보다는 미련한 노래미가 좋다라는 글 이었습니다. 금오도에 들어가기 전 여수시내에 살때 낚시를 좋아하시고 잘 하셨던 처 외삼촌께서는 뽈락을 잡아 자주 저희 집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육지촌놈인 저로서는 생전 처음보는 생선이었지요. 맛있게 구워서 먹으려고 하면 뼈가 어찌나 많은지 이것저것 다 떼어내고 나면 먹을 수 있는 살코기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손질이 힘들어서 일까요? 그 얼마되지 않는 살코기가 어찌나 맛있던지요. 다 먹고 나서 뼈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채워지지 않는 배와 대조되어 허탈해지기까지 했답니다. 그마저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이들 뱃속으로 들어가버리게 되었고,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아직도 생선에 환장을 하나봅니다.

얼마 전 바닷가를 걷다가 숭어들이 단체로 점프경연대회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명제님의 숭어회라는 글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저기서 나 잡아봐라~”하며 뛰고있는 숭어떼들을 보니 당장이라도 낚싯대든 그물이든 가져와서 잡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더군요. 실제로는 물고기 한 마리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데도 말이죠. 낚시를 좋아하시던 선생님들께서는 퇴근하면 방파제로 낚시를 가시곤 하셨는데 갈치, 고등어 등 정말 다양한 물고기를 낚으셨던게 기억납니다. 저희 윗집에 사셨던 교감선생님께서는 힘들게 잡으신 생선을 손질까지 해서 아침에 아이들 먹이라고 창가에 걸어놓고 가시곤 하셨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아직도 아침에 갈치와 고등어를 먹었던 정겨웠던 때를 기억하고 있더라구요.


  그 밖에 명경지수님의 금오의 전설 용머리를 찾아서’, 미리님의 소리도 등대이야기를 읽으면서 몇 년전 여수교육지원청에서 발간했던 나비반도 여수의 숨은 이야기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여수 각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이해하기쉽게 풀어쓴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 책을 집필할 때 함께 참여했었는데, 제가 화정면과 남면의 이야기를 맡아서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무역선이 난파되어 숨겨진 보물이 있을 것이라는 솔팽이굴과 보물지도 전설이야기, 동자승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송광사 절터 이야기, 꿈을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전설이 담긴 용바위 전설, 엔닌 스님이 다녀간 섬- 안도 이야기, 명례궁과 금오도 사슴목장 이야기, 순천부사 김윤식이 쓴 시 금오도’, 두포마을 북쪽에 있었던 불무골 이야기, 중국에서 건너온 서불일행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글성바위, 말 사육사의 딸 복녀와 말의 우정이 담긴 마녀목 전설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금오도 책 속에 많은 저자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더 일찍 이 책을 알았더라면 나비반도 여수의 숨은 이야기 책을 집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에세이 금오도속 귀한 글을 읽으며 들었던 작은 생각을 하나씩 적어나가다보니 다시 2016년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맴돌고 마음엔 행복감이 충만해 옴을 느낍니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지내왔던 즐거운 추억을 소환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2, 3편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 때는 제가 금오도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하고 뛰어놀며 지냈던 행복한 추억들도 한 페이지에 담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고, 앞으로 어른이 되어 제 글을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떠올릴 아이들을 떠올리며...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섬마을 선생님 반갑습니다.
구석구석 공감 가는 이야기가 이 아침 고요한 마음을 끌어당기네요.

1학년 때 수업을 마치자마자 폭풍 주의보로 배가 끊겼다는 소식과 함께 선배들의 뒤를 따르게 되었는데요. 폭풍주의보는 비바람을 동반한 날이 많았는데 그런 날은 아무리 좋은 우산도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 길은 지금의 도로처럼 멀리 휘어 도는 길이 아니고 망산 어깨쯤의 높이가 아닐까 싶은데, 그 고지로 올라가는 지름길이 있었네요. 맨날 배를 타고 편하게 통학하다가 장지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게 등교를 하는지를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고지에 오르면 볼 수 있는 경치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간신히 바다를 건넌 안도에서 저는 다시 서고지로 넘어가야 했는데, 그 산길을 걸을 땐 거의 밤이 되어갈 때라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다음 날은 당연히 주의보로 인한 결석이 허락된 날이었습니다. ㅎㅎ

폭풍주의보가 내려 배가 뜨지 않은 날이 오히려 다행이던 날도 있었지요. 주의보는 내리지 않았는데 파도가 너무 거센 날입니다. 오른쪽에 누워있던 친구가 왼쪽으로 굴러가던 모습이나, 우리를 태운 배가 용수철 같은 파도를 밟고 튀어 올랐다가 바다 깊숙이 들어가는 순간은, 오장육부가 녹으면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힘들었던 등굣길 이야기를 할 때면 맨 나중에 이 경험을 너무 잘 써먹는데요... 그야말로 경악? 하지요. 그거 말고도 너무 다양한 경험들이 있는데요. 그 덕분에 제가 오늘도 글을 쓰고 배우며 섬마을 선생님의 감동적인 글을 읽고 있습니다.

'나비반도 여수의 숨은 이야기'가 검색에는 뜨지 않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알지 못한 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금오도 에세이 2편은 계획 중에 있습니다. 섬마을 선생님이 풀어주실 우리 고향 이야기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조만간 자유게시판에서 뵙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늘 파이팅 하세요~

<span class="guest">섬마을 선생님</span>님의 댓글의 댓글

섬마을 선생님 작성일

오늘도 정신없이 아이들과 지내고 동료샘들과 회의하다보니 어젯 밤 급하게 글을 올려만 놓고 들어와볼 여유조차 없었네요~^^;;; 글 속의 주인공이자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의 저자이신 애린님께서 직접 답글을 달아주시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태풍주의보가 뜰 정도라면 비바람이 정말 심하던 날씨였을 것이고, 그 태풍 속을 뚫고 그 먼길을(멀리 휘어도는 길이 아니더라도 그 때 당시엔 길이 지금처럼 좋지도 않았을 텐데)...더구나 지금처럼 가로등이 잘 되어있지도 않으며, 좋은 랜턴이 있지도 않아 더욱 칠흙같은 어둠을 헤치고 가셨다고 하니 정말 그 당시 선배님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다시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출간 계획 중인 금오도 에세이 2편에서도 금오도 바다처럼 시원하고 감동적인 애린님의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나비반도 여수의 숨은 이야기는 정식으로 발간된 책이 아니고 전라남도여수교육지원청에서 학생들에게 여수의 숨은 이야기를 널리 알려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우리 고장 여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교육적인 목적으로 집필된 책입니다. 그래서 여수에 있는 초, 중, 고등학교에 학교당 10~20부 정도만 배부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판 발행 후 2~3년 간 증보판을 발행하고 2021년 1월 마지막 발행 후 현재는 발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두서없이 써내려가다보니 부족함이 많은 글인데도 애린님께서 재미있게 읽어주셨다고 하니 부족한 글솜씨로 많이 망설이고 부끄러웠지만 글을 남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용기내어 자유게시판 등에 종종 글 남기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에고 그랬군요...너무 아쉽습니다.
우리 고향 지명의 유례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데요...
혹시 소장하시거나 책 만날 기회가 있으면
사진으로 나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게시판에 한편씩 올려주시면
제가 시간 날 때마다 옮기겠습니다.
섬마을 선생님 글 너무 좋습니다.
항상 건필하세요~^^

<span class="guest">섬마을 선생님</span>님의 댓글의 댓글

섬마을 선생님 작성일

네~ 학교에도 많이 보급되어있고, 저도 가지고 있으니 사진으로 찍어 게시판에 한 편씩 올리겠습니다~
따뜻함이 넘치는 댓글에 늘 감사합니다~ ^^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섬마을 선생님~~
아이들 가르치시느라 피곤하실텐데
독후감까지 올려주시고
덕분에 감명깊게 잘 읽었네요

아이들과 함께 금오도 섬에서의 생활이 먼 훗날 우리네 처럼 가끔씩 꺼내보는 아름다운 추억이되어 기억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한편의 드라마같은 추억이 되시길~~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span class="guest">섬마을 선생님</span>님의 댓글의 댓글

섬마을 선생님 작성일

아이고~ 보잘 것 없는 글을 그렇게 좋게 생각해주시니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에세이 금오도를 읽으며 그 시절 즐거웠던 일, 감사했던 일, 아찔했던 일들이 교차하며 추억의 바다속에서 한 참을 머물러 있었답니다~
저희 아이들도 섬에 들어가자고 난리고하니 조만간 들어가야겠어요~ㅎㅎㅎㅎ

최근들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pan class="guest">맥가이버</span>님의 댓글

맥가이버 작성일

금오도 에세이는 우리의 추억을 소환해 주는
정말 소중한 책이지요

도회지 사람, 섬사람 누구나 공감하는
모두의 추억이 한끝 차이겠지요

잠시 잃고 살았던 유년시절을
금오도 책을 통해 주마등 처럼 다가오고

섬마을 선생님도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동안은 그냥 흘렀던
시간이 훗날 추억이 되어 가끔씩 꺼내 보시게 되겠지요

적날하게 한문장 한문장 감동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굿밤되세요

섬마을선생님님의 댓글의 댓글

섬마을선생님 작성일

밤이되면 더 센티멘탈 해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고 하는데...
저도 그래서 밤에 글을 쓰고나서 다음 날 다시 그 글을 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책을 읽으며 들었던 많은 생각들을 꾸밈없이 토해낸 것 같아 속 시원한 마음이었습니다~ㅎ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셔서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댓글 감사드리고 평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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