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두모초등학교

정순이 일기1(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짱가 조회 253회 작성일 07-01-02 18:50

본문

한여름 뙤약볕은 호흡조차 가다듬기 성가시지만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을 아예 무시하고 하던일을 계속하면
밭고랑으로 툭투툭 떨어지며 구르는 재미를 더해준다

임무가 끝나야 집으로 갈수 있기 때문에
해가 뉘엿 서산으로 기울 때 까지 언니 눈치보며
호미질을 한다
허기진 배를 채운후 설거지를 끝내고 언니를 따라
꼬랑으로(작은개울) 가면 여인네들이 벌써부터 와서 자리를 잡고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한다.

처음 한밤중의 목욕하는 장면을 볼때 참으로 신기 했었다
박꽃같은 하얀속살을 드러내고 조심스럽게 목욕을 하는데
얼마나 부끄럽고 챙피하던지...
하지만 어린아이의 눈엔 신비스러움이 더 했었다
한밤중의 의식은 달빛이 없는 시간에만 이루어 졌다
달빛이 밝게 비추는날엔 어느 누구의 흔적도 볼수 없었다.

해마다 여름이되면 여인네들은 이곳에 와서 밤마다 의식을 치루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일상 생활들을 했었다.

겨울이되면 각자의 집에서 목욕을 했었는데
우리집은 소를 키우는 아랫정지에서 장작을 때서
큰가마솥에 물을 끓이면 자매들이 많아서
엄마가 차례대로 호출을 한다.
빨간다라이 (큰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서 때를 불리고
하나하나 씻겨주셨다.

어느해 겨울 , 감나무집 친구가 목욕을 하자며 자기 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친구 집으로 갔는데
아연실색 하고 말았다.
친구집에는 목욕탕이 있었다.
그시대(초등저학년)에 우리동네에서는 부자집으로 통했었는데
목욕탕이 있을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었다.
소죽을 끓이는 가마솥의10배 정도의 크기인데
쇠로 만들어진 큰가마솥을 걸어놓고 테두리를 시멘트으로 발라서
물속에 앉아있다, 뜨거우면 테두리에 앉아 쉴수 있도록 했으며
여러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놀아도
안전하게 과학적으로 만들어 져 있었다.

우리집의 빨강 고무다라이와는 비교할수 없는 아늑함과
구경꾼이 없다는 자유로움..
우리집은 소마굿간이 정지안에 있어서 우리가 목욕을 하면
소가 두눈을 꾼벅이면서 쳐다보곤 했었다.
정말 재미있고 좋아서, 친구가 또 불러 주기를 기다렸다
그후, 친구는 자주 불러 주었고
때론 언니와 함께 갈때도 있었다.
어린나이에 목욕을 하다가 혹여 남자들이 오면 어쩌나...
몰래 홈쳐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
늘 걱정이였는데, 친구의 목욕탕만큼은
그야말로 기상천외 금남의 집이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금오열도.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