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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초등학교

정순이 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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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짱가 조회 304회 작성일 07-01-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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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살 하면서도 쫄깃 거리는 맛
무우채와 식초에 얼버무려서
초무침을 하면 별미가되고
이걸로 큰 양푼이에다 비빔밥을 만들어
온식구가 둘러 앉아 경쟁을 하며 퍼먹는 맛은 일품이며
또한 밥하고 남은 모닥불위에 석쇠를 걸치고 올려 놓으면
보글보글 끓으면서 구워지는 고소한 맛은 침이 절로 넘어가게 하고
삶아서 바늘이나 탱자가시로 돌돌말아
빼먹는 재미는 예술이라 할수 있다.

얘네들을 잡을려고 계절과 상관 없이
초포개구석으로 물때를 맞춰서 배회했었다
사실 먹는 재미보다는 잡는 재미에 더 빠져있었는던 난
얘네들이 어디에 서식하고 있는지
나만 아는 비밀 장소를 만들어 때가되면 어김없이
방문하여 얘네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여름에는 통수경을 착용하여
선착장을 싹쓸이하고, 뒤집을수 있는 바위는 사정없이
뒤집어서 얘들의 정체를 들춰내고
구석구석 들 쑤셔서 바위틈에 끼여있는 얘들까지
파내야 직성이 풀렸었다.

한여름의 그믐날
할머니는 횟불을 만드시면서
오늘밤은 조용히 나를 따르라는 엄명을 내리시면서
아무도 모르게 그믐날의 컴컴한밤에 분무골로 앞서시면서
절대로 소리를 내면 안된다고 하셨다.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밤바다에
할머니를 따르던 난 겁에 잔득 질려 있었다
분무골의 야산들이 우리를 덮칠것 같고
검은바다는 금방이라도 삼켜 버릴것 만 같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주 조용하게
스르륵, 스르륵 바위위를 유유히 다니시면서
얘네들을 바구니에 주워 담기 시작 하셨다
도대체 뭐 잡는지 뭐가 보이는지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할머니를 따르던 난 유심히 할머니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횟불을 바위 가까이 비춰보니...
세상에나....
바위위에 주먹만한 고동들이 닥지닥지 붙어있었다
고동들은 어찌나 민감하던지 아주 조용한 소리에도
모두 바위아래로 떨어져 숨소리조차도 죽여야했다
정신없이 고동을 주워담고 허리를 펴니
금방 바구니에 하나가득 이였다

한밤의 횟불잔치는 우리식구들의 여름밤의 야식으로
즐거움을 더해줬고, 할머니는 어린손녀에게
아름다운 여름밤의 비밀을 공유하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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