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나무와의 인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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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면사랑 조회 346회 작성일 23-01-19 07:52본문
우리 집에는 마을 유일한 종류의 단감나무가 있었다.
집 옆에 자그마한 논이 있고 이 논 위쪽으로 돌담이 쌓아져 있고, 돌담 옆으로 평지가 잠깐 이어져 있는데 이 곳에 우람한 단감나무가 있었다. 위쪽으로 또바리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고, 그 위에 쫄감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이곳과 조금 떨어져서 남동쪽으로 또바리 감나무 두 그루에 땡감나무 한 그루가 또 있었다. 북동쪽으로는 오동나무 여러 그루가 있었고, 큰 밤나무가 있었고, 그 옆으로 대나무 숲이 이어져 있었다. 이렇게 말하니 엄청 넓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넓은 곳은 아니다.
어릴 적 단감나무가 우람하게 서 있어서, 오래전부터 언제나 그 나무가 존재해온 것처럼 느껴져서 그 나무가 어떻게 저렇게 모습을 가졌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자라고 그곳을 떠나 오고 나서도 가보면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여전히 우람하게 서 있었으니까. 나무는 뿌리에서 하나의 줄기로 올라가다가 2미터 정도 되는 곳에서 Y자 모양으로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무 위를 올라가려면 그곳을 붙잡고 올라가야 했는데 초등학교때는 키가 작아 올라가기에 어려워 시도하다 많이 포기도 하였다.
봄이 되면 감꽃이 만발하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감꽃이 떨어진다. 이것을 우리는 이슬 맞으며 아침부터 다니면서 주어서 먹기도 했고, 오후에
가면 줄기가 긴 가느다란 풀 줄기에 꿰어 손목에 두르기도 하고 목에 감기도 했다. 일명 감꽃
팔찌, 감꽃 목걸이가 되는 거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명품 중에 명품 아니었을까?
감꽃이 떨어지면 이 부분에 감이 서서히 커 올라 설감이 되고, 이것들이 하나씩 경쟁에서 탈락한 녀석부터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처음 것은 너무 써서 먹지를 못하고 잠시 기억 속에 잊혀지면 시간 속에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춰 가기 시작한다.
또바리감이나 땡감은 그 맛이 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단감은
단물이 차는 시기가 빨라 설 익었을 때도 어느정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올라가서
그 중에 가장 커 보이고 익어 보이는 녀석부터 골라서 몇 개씩 따서 먹는다. 낮은 곳의 감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지만 하도 감이 많아 위쪽에는 엄청난 양의 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깊은 단감 맛이 들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고, 이 감들은 나눠먹기도 하고, 광주리에 넣어 두었다가 서서히 먹기도 한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그 밤에 누굴까요?
글을 읽다보니
언젠가 써 두었던 풋감 생각이 나
옮겨왔습니다
시간나면 금오연가님처럼
감나무 사연 쓰고 싶네요
다음 글 무지 기대가 되어요~^^
칠월의 풋감을 보며
이종희
칠월의 비 오는 거리를 걷다가
낡은 자동차 바퀴 옆에 떨어진
풋감을 봅니다
어느 해였던가요
하얗게 뒤집힌 바다가
하늘로 흩어져
온 섬을 뒤덮다 가던 날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한가로이 놀던 별 무리가 있었지요
그 별이
하나 둘 지고 난 우리 집 뒤란엔
여러 날 월담에 실패했던
친구네 풋감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풋감은 떫은맛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고 또 우려야 했지만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내가 알던 것들이 흩어진지 오래인데
칠월의 풋감을 보며
한참을 서 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말라버린 세상은
그리운 시간 마저도 우려낸것인지
어쩐지 서운하여
한참을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