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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비 조회 230회 작성일 23-01-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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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박영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저 눈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산벚나무</span>님의 댓글

산벚나무 작성일

좋네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제가 끌고 온 길들도
여기에 있네요...

<span class="guest">오아시스</span>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길속에 함께여서 아우는 좋구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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