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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나무와의 인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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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면사랑 조회 370회 작성일 23-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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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정말 친한 형님이 오셔서는 “나네! 나 체면 한번 살려 주소” 하는 것이다친구들과 놀다가 단감 생각이 나서 그랬다는 것이다그럼 조용히 올라가서 따면 될 일을 그렇게 시끄럽게 서리를 할 일이냐고요. 그래서 조용히 올라 가시라고 했다그 이후로 우당탕 소리는 들리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가보니 어김없이 단감 몇 개와 잎사귀들이 나무 아래 떨어져 있었다그렇지만 워낙 많이 열리기 때문에 흔적만 없다면 왔다 간 것을 알 일은 없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지인에게서 양봉 벌통 하나 얻어 오셨다벌을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자기들을 보호해 주려고 가도 알 길 없는 이 녀석들은 자기를 해치는 줄 알고 마구 공격을 한다그래서 보호망을 쓰고 작업을 하지만 어떻게 보호망 그물과 옷 사이의 그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지 많이 쏘이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도 아버지께서 관리를 잘 하셔서 다음해부터 벌꿀을 채취하게 되고 나름 괜찮았었다


어느 날 양봉 벌집 위로 끝없는 벌떼가 회오리를 치면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가을날 고추잠자리가 가을 들판을 덮듯이 수많은 벌들이 하늘을 덮고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났다단감나무 위까지 덮고 있었다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 벌들이 한 곳으로 집결을 하는 것이었다그곳이 바로 이 단감나무 였다그 많은 벌떼가 단감나무 가지에 큰 덩어리로 뭉치고 있었다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이 벌떼는 갑자기 무리를 지어 날더니 옥녀봉 쪽으로 사라졌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를 몰라 놀라기만 했다이 많은 벌들이 사라지고 나니 집에 있는 벌통에 벌이 없어진 줄 알고 벌통을 열어보았는데 벌은 그대로 남아 있듯이 많은 벌이 있어 안심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현상인지 아버지께서 알아보시고 알려 주셨다. 개체수가 늘어나니 새로운 여왕벌이 태어났고 약 절반은 기존 여왕벌과 함께 남고 나머지는 새로운 여왕벌을 따라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거였다분봉을 하는 거였다그때는 한시간 이내에 분봉하러 나오는 벌떼가 살 집을 빨리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 다음해에도 이 사건이 일어났고 그때도 이 단감나무에 어김없이 모여들었다아버지께서 빠르게 벌통을 준비하셔서 단감나무 가지를 잘라서 벌덩어리를 벌통 안으로 넣었고잘 수습되어 이제 벌통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었다이렇게 해서 벌통의 수는 늘어났고 꿀도 더 많이 딸 수 있었다.

 

땡감나무에서 열리는 땡감은 먹을 것도 적고 맛도 그렇게 좋지를 않았다그래서 아버지께서는 땡감나무가 어느정도 크면 접을 붙여 또바리감이나 단감나무로 줄기를 바꾸는 것이다땡감나무 큰 줄기를 잘라내고 잘린 그곳의 사이를 벌려서 접붙일 감나무 줄기 끝을 도끼끝 모양으로 만든 다음 그곳에 박은 다음,  우리가 큰 상처가 나면 치료하고 연고 같은 것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서 치료를 하듯이  진흙으로 이 부위를 감싼 후 종이로 최종 마감하여 두 줄기가 붙어서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런데 또바리감은 성공한 적이 있지만단감나무는 쉽지를 않아 여러 번 했는데도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예민해서 그런 것인지고귀해서 그런 것인지, DNA가 달라서 그런 것이지 참 귀한 단감나무임을 그렇게 까기 표현해 냈다.

 

 겨울이 지나면 왼쪽으로 길게 뻗은 단감나무 가지에 그네를 달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게 되는 그네는 그네 끈을 묶는 상단부가 그네를 탈 때 고정되어 있지만 이 나뭇가지 그네는 탈 때 그네와 나뭇가지가 같이 상하로 싱크로하여 더 큰 궤적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붕 뜨는 느낌을 더 갖게 하여 그네 타는 맛을 극대화 시켜주고 시원함을 만끽하게 한다.

 

여름에는 단감나무 아래에 큰 와상을 놓고 그 곳에 앉아서 놀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했다그리고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으면 그 빼곡한 잎 사이로 보이는 파랑이 왜 그렇게 짙고, 구름은 왜 그리 하얗고, 하늘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졌던지잎이 많고 가지도 많고 나무가 높다 보니 적절한 그늘막을 만들어 주었다해가 움직이며 그 빼곡한 잎 사이로 약간의 햇빛이 눈을 간지럽히면 보던 책으로 얼굴을 덮으며 단잠에 빠지기도 했다. 단감나무 있는 곳이 평지보다 높은 곳에 있어 서늘한 바람까지 불어와서 휴식처로는 딱이었다.


가을이 막바지에 이르러 아쉬움에 가을이 계절을 못 가라 잡아 당길 때 이제 단감도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이때는 거의 다 따서 먹고는 손이 닿기 어려운 지점에 적은 양의 단감이 존재했다적당한 높이까지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는 끝에 Y자 모양을 단 긴 나무나 대나무를 이용해서 이것을 따게 된다이곳의 단감은 높은 곳에서 오랫동안 햇빛을 많이 받다 보니 정말 수분이 많아서 인지 사과처럼 아삭아삭하기까지 했다당도는 물론 식감까지도 최고였다.


이제 도회지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가게 된다면 집을 야산이 있는 곳에 구하고 이 단감나무를 구해서 그 야산에 심으리라시간이 흐른 후 나무가 자라고 후대 누군가 이 단감을 따 먹으며 추억을 만들 것이다누군가 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단감의 추억은 만들어지지 않을 테니까선대의 할아버지께서 심어 놓은 단감 나무에 열린 단감을 손자인 내가 맛보고 여러 추억을 만든 것처럼…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섬세하게 펼쳐진 감나무 이야기
너무 잘 감상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내가 사는 동안 가꾸고 보살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만 했는데요
역시 다르시네요

탐라국은
그렇게 거칠게 몰아치던 바람이 진정되었는지
어쩌다 날리는 눈송이가 깃털처럼 떠오릅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헉!

누가
내이야기를 ?
벌집 이야기만 빼고 완전 내 이야기와 똑 같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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