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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밤나무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344회 작성일 23-01-28 04:10

본문

따스한 겨울 어느 날,

옛 사람들의 고행으로

암릉과 너덜지대를 깎아 다듬어진

고즈넉 한 산길을 걷고 있다. 

소녀의 숨결처럼 불어오는 청초한 바람은

이 길만이 남길 수 있는 감미로움이다.

커다란 우산 세개를 펼처 놓은   듯한

세 그루의 짜밤나무 숲을 

산등성이에서 내려다 보면

어린 시절 나래를 펴는것 만큼이나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무를 하고, 소를 띠끼고, 피크닉을 하던

이 나무숲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산 샛길은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듯했으나

첨병처럼 가시 박힌 덤불을 헤치며 나아 가야했다.

골짜기 건넌 사이로 이끼 낀 개울은

원시 그대로 흐르고

비가 가신 뒤 가라앉은 고인 물은 

청아 하기가 이를데 없다.

개울을 건너 산으로 들어서자

빼곡한 푸른 해송들 사이로 바늘을 꼿아 놓은듯이

은빛 하늘이 쏟아저 내린다.

옛길은 사라지고 야생 동물들이

만들어 놓은 길만이

거미줄처럼 그려져 있고

겹겹이 쌓인 낙엽은 지친 발목을 덮친다.

첩첩산중 낯익은 옛길을 헤집고 들어가자

짜밤나무는 옛 모습 그대로

크고 높고 우람한 자태로 나란히 서 있었다.

나뭇가지에서 굵어 버린 넝쿨들은

아마존 밀림 속에서 아나콘다를 만난 듯이

온몸에 전율이 타고 흐른다.

오랜 수령에서 묻어나는 

넉넉한 품과 고고함은

이 심산유곡의 추억들을 

기억하고 있었던 이유기도 하였다.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 했던가?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산등성이 위로 지나가는 구름 조각만이

나를 위로할 뿐이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덤불들이 차지해버린
고향의 그 다정한 길들이
다시 복원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짜밤나무 사진도 보고 싶어요
그런데
참 일찍 하루를 시작하시네요
저는 나이를 먹다보니 ㅎ ㅎ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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