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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바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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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면사랑 조회 469회 작성일 23-05-22 12:13

본문

금오도 초포에 가면 소코방이라는 지역이 있다.

어릴 적 초포마을에서 분무골 마을로 가려고 하면 소코방이라는 곳을 거쳐야 했다. 나로도로부터 보돌바다를 거쳐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기도 했다. 겨울의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이곳의 추위는 말하지 않아도 느낌이 올 것이다.

밤에 달빛이라도 없으면 소코방 위 언덕에서 무서운 어떤 것이 나올 것 같아 감히 그곳을 넘기가 무섭기도 했고, 심부름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곳을 건너는 일도, 갔다가 다시 분무골에서 초포로 오려고 해도 생각만으로도 이곳은 여간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거기에 도깨비와 흰 옷을 입은 여자 귀신 이야기가 더해져 우리를 더욱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 길의 길이가 길지 않다는 것이다. 

그길 가운데 쯤에 소코바위라는 바위가 있었는데 어떤 이는 그것을 거북바위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소코바위로 인해서 이 지역을 소코방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초포에서 분무골로 가다보면 직선으로 가다 좌측으로 꺾어지는 바다 쪽에 이 바위가 있었는데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엉거주춤한 소처럼 생겼다고 할까? 바다로 기울어진 등판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곳은 넓어 우리가 어릴 적 그곳에 올라 놀기도 했다.


바다에 등진 소라고 생각해보면 머리 방향이 우리가 가는 길 쪽으로 있었다고 상상이 될 것이다. 입을 벌린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 예전에는 이곳이 이빨로 연결된 것처럼 바위로 벌린 입을 연결시켜 주는 봉같은 것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 그 봉을 깨서 없애버려 입만 벌린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마을의 소가 죽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동네 어른께서 아이디어를 내어 이곳에 이빨 모양의 석봉을 아교같은 것으로 붙여 다시 본래 모양처럼 붙여 놓았더니 소가 죽는 것이 멈추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인지 그 입 주변을 확인해 보았더니 아교 같은 것이 붙어있어 그 말이 진실인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일 수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자연의 영적인 어떤 것이 움직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파도가 많이 치는 어떤 날이었는데 이곳에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그 바위 위에 엎드려 아무리 쫓으려 해도 가질 않아 거북이가 막걸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막걸리를 여러 병 먹게 했더니 그때서야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 간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옆으로 시멘트 길이 나게 되었고, 이 소코바위 머리쪽 안으로 해서 길이 나서 그나마 항상 그 바위를 보면서 소코방을 넘기도 했다. 우리의 마음 속에 그곳은 우리의 추억이고 전설이 있는 곳이고 영이 깃든 곳이라 항상 변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언젠가 유학길을 마치고 고향에 왔는데 그곳에 소코바위는 없었다. 아예 없애고 그 곳으로 넓은 콘크리트 길을 내어버린 것이다. 물론 여러 사연이 있었겠지만 그것이 사라진 것은 우리의 추억이 사라진 것이고 전설이 사라진 것이고 영이 하나 사라진 기분이었다. 지금도 가다 보면 그곳에 그것이 있을 것만 같지만 이제 우리 곁에는 그 소코바위는 없다.

비렁길이 나고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간다. 그들은 그곳에 소코바위라는 멋진 바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곳에 아직도 그것이 존재한다면 많은 여행객들이 그곳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전설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을 것이며 초포에서의 추억을 더듬을 것이다. 얼마나 멋있는 모습일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직포의 상징처럼 해변에 가로로 누워있던 멋진 소나무의 일부를 편의를 위해 베어버린 것처럼, 길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없애버린 소코바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고향에 갈 때마다 두고두고 안타까움으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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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다사 님이 찍은 직포 잠송.  현재는 이 멋진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소코바위의 안타까움을 이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댓글목록

감나무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아~
우리 쇠꾸방 밭 바로 앞에
소코바위가 있었는데
그게 었어졌단 말이지요?
너무 아쉽네요.
우리 어렸을 때
해만 떨어지면
귀신 나온다는 전설로
그 곳을 지날 때 마다
간담이 서늘하고
두다리가 후들거렸는데.

그 소중한 쇠코바위를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저는 한 번도 소코바위를 본 적이 없지만
글만 읽고도 너무 아깝고 아쉽습니다

가끔 우람한 나무 곁을 스칠 때면
그 나무야말로 이 지구의 주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갈라놓고 파헤치며 번식한 종양이
부디 악성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좋은 글 참 잘 감상했습니다~^^

<span class="guest">산적두목</span>님의 댓글

산적두목 작성일

그렇지요.
상실의 시대
어쩌면 소중한 유무형의 자산마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져 버린
상실의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지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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