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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베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안개 조회 624회 작성일 23-07-02 18:49

본문

철커덕 철컥, 철커덕 철컥

한 여름밤 어머니의 베틀은 쉬지 않고 철커덕 거린다

중천에 달이 오르고 새벽 닭 울때까지

어머니의 베틀소리는 기나긴밤 지새우고 멈추지 않고 돌아 간다.

모시나 삼베 한필을 얻기 위해 꼬박 일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 되는데 

정말 솜씨가 좋으신 분들은 5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무강밭 고구마순을 잘라 비탈길 도라지밭에 고구마순을 심어 놓고

여름장마가 시작되면

동네 아주머님들께선 여수에서 삼을 떼어와 사랑방에 모여 앉아

몇날 며칠 물에 담가 독을 뺀 삼을 

허연 허벅지를 겆어 부치고 거칠고 질긴 삼을 죽죽 가늘게 찢어 

삼을 삼는 일을 시작 하셨다.


삼베 한필이 나올때 까지 어머니는 베틀에 앉아 화장실 외엔 바깥 출입을 자제 하셨기에

어린나는 엄마와 베틀 주변에서 맴맴 거리며 뒹굴 거렸었다.

작은방 부엌 한켠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베틀은 

여름이 되면 변신을 하여 작은방 한방을 차지하고  

어머니의 손에 들려 쥔 실북이 쉬지 않고 날실과 씨실로 엮어지면  

한해 입을 어른들의 삼베옷이 넉넉하게 만들어 졌다.


베틀로 베를 짜는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한자리에 앉아서 하는일이라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노동가도 있다고 한다.

"낮에 짜는 베는 정든 임 저고리 해주고 

밤에 짜는 베는 시어머님 치마 해주고"


모시는 모시 풀에서 얻고

삼베는 삼 즉 대마줄기 에서 얻는다.

이 들 옷감은 근석기시대나 삼국시대에도 애용 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질감이 깔깔하고 촉감이 차가우며 빨리 말라서 여름 옷감으로 좋다고 한다.

대마에는 4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나오는데 특히 대마에서만 발견되는 

카나비노이드 성분 60여 가지가 있고 

암대마 꽃주변 사상체라는 뽀송한 솜털 부위에 가장 많으며

숫대마는 꽃이 없어 마약성분으로는 이용하지 않고 삼베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삼베옷의 실질적 기능은 따로 있다고 한다.

면보다 스무배이상 땀 흡수력을 지니고 있으며

통기성이 우수하고, 숨쉬는 직물이라는 애칭이 있다.

삼베 섬유는 스스로 열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긴소매와 긴바지, 긴치마를 입어도 무척 시원하다고 한다.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일을하는 농민들의 피부 손상을 막아줄 

자외선 차단이 90% 이상 이며 

곰팡이균 서식을 억제하는 항균 기능이 탁월하여 

망자들의 수의로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한다.

또한 삼베는 질긴 탓에 오래오래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지혜롭고 슬기로운 똑똑한 옷감이라 할 수 있다.


삼베를 짜서 더운여름 뙤약 볕에서 모닥불를 피우고 풀칠을 하여

삼베 결을 곱게 다듬어 할아버지의 옷을 지어 드리면

할아버지께선 삼베 새옷을 입으시고 동네를 한바뀌 돌고 오셨다.

아마도 우리 며느리 솜씨가 최고 라며 자랑하고 오신 듯 싶으시다.


어머니의 삶

베틀에 앉아 철커덕 거리는 고단한 삶 이지만

가족을 위한 날실과 씨실이 되어, 오늘도 컬커덕 철컥 돌아간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삼베
베틀
모시옷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단어들이네요

어린시절 저희집도 베틀이 있었는데
낮에는 밭에서, 논에서 일하시고
밤에는 베틀에 앉아 삼베를 짜시고
여름에 시원한 모시옷, 날마다 빳빳하게 밥 풀 입혀~
고된 삶을 사셨던 우리네 어머니들

안개님의 글을 읽으니 베틀에 앉아 계신 곱디 고우셨던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아침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친구님^^
우리들의 어머니의삶
가난한 시절에 자식들 배 주리지 않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하시며 사셨던 삶
힘에 부쳐도 거기서 거기
부모님 시대를 회상하면 희비가 엇갈리네요.
고마워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밤늦도록 이어지는 베틀 소리가
지금도 들려올 것만 같아 한참 서성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넘어
AI시대에 집입했다고 하지만
이 뿌리깊은 질곡의 애환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방할 수없고
아무리 소환해도 지루하지 않는
힘이 있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애린님 좋은아침^^
출근하여 업무 시~작
이 뿌리 깊은 질곡의 애환. . . . . 이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습한 날이지만 마음만은 더위를 물리치는 시원한 하루 되세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참 아득한 옛이야기이네요.
엿날 어르신들 빠빳하게 삼베에 풀먹여 입고
동네 한바퀴 도시면
그것으로 족하셨는데
덕분에 하얀 모시옷 입으시고
허허 너털 웃음 지으시던
우리 할아버지도 생각나네요.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감나무의 할아버지는 하얀 모시옷을 즐겨 입으시고
큰 기침 하셨는데
그 때 할아버지가 왜 그리 무서웠는지..
감나무 할아버지 모시옷과
한겨울 큰방에서 화로에 밤 구워 먹던일은 생각나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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