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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타작 5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감나무 조회 877회 작성일 23-07-15 01:34

본문

보리 타작 때 또다른 명물이 있다.

밀대로 만들기 놀이가 있는데 밀대는 유난히 반짝이며 매끄럽고 부드럽고 적당히 힘이 있다.

기술 좋은 어른들은 이걸로 밀짚 모자를 만들지만 

우리는 조그맣게 장난감 바구니,방석,밥그릇, 국그릇 등등을 만든다.

생각보다 재밌고 예쁘고 귀엽고 쓸모가 있다.

국그릇 밥그릇은 쪼그맣게 만들어 손꿉놀이 하고

바구니는 좀 크게 만들어 

빨간 고무딸기, 검은 벗찌를 가득 담아

밀짚 바구니를 물들이며 재밌게 놀며 먹기도 했다.



밀짚(보릿대도 가능) 바구니 만들기 


바구니는 거미줄모양으로 엮는데 

길고 튼튼한 밀대 2개를 + 모양으로 겹쳐서 4개의 날실기능의 지짓대를 만들고

또 그 사이로 똑같이 2개를 더 올려 8개의 날실기능을 하는 지짓대를 만든다.

그 8개의 지짓대의 맨 안쪽에 새로운 밀대를 꺽어 고정시켜서 씨실기능을 하는 가로줄을 만든다.

여기에 가로줄(씨실)은 실과 같이 길게 늘어져야 하므로 

여러 개의 밀대를 끝없이 이어 준다.

즉 A밀짚 밑둥에  B밀짚 윗쪽을 끼워 넣고 또 B밑둥에  같은 방향으로 C밀짚 윗쪽을 끼워 넣고 D,ㅌ,F 쭉 끼워 넣으면 

이음새도 없이 이어지는 완벽한 실타래가 된다.

 가로 밀대(씨실)를 옮겨주며 지짓대를 만날 때 마다 씨실로 지짓대를 360도 한바퀴씩 돌려서 튼튼하게 고정시키고

 계속 반복해서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바구니 밑바닥을 늘려 주는데

 한줄씩 한줄씩 바구니 밑바닥이 늘어날 때 마다 새로운 지짓대를 사이에 넣어 바닥 공간을 채워서 점점 바닥을 넓혀주고

 원하는 크기의 바구니가 되면 더이상 지짓대를 늘리지 않고

 지짓대를 윗쪽 방향으로 꺾어 일직선으로 씨실을 원하는 높이 만큼 겹겹이 쌓아 올린다.  

 마지막 끝 부분에 다다르면 지짓대를 씨실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몇번을 돌려줘 튼튼하게 고정시킨 후 

나머지 부분을 잘라내고 최종적으로 손잡이를 달아 완성한다.


 밀대로 장난감 만들기도 여자아들이 타작마당 한쪽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는 것이라

보리까시락 뒤짚어 쓰기는 매 한가지이다.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갈아 입을 옷가지를 가지고 샘가로 모여든다.

아직도 샘물은 냉기가 돈다.

차갑고 피곤하고 몸씻기가 귀찮아지면 대충 씻을 때가 있는데 

이 때는 저녁 내내 나도 언니도 밤잠을 설친다.

언니야, 따가워 죽겠어 

어디가? 

응 등뒤 어깨 아랫쪽

여기?

아니 조금 오른쪽으로!  아니  그 윗쪽!  아니 그 아랫쪽, 윗쪽, 오른쪽, 왼쪽. . . 

여기?

거기가 아니라구~  엉엉

그럼 어디야!

언니도 나도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 앉는다.

그리고 윗옷을 걷어 올리고 등을 뿍뿍 끍기 시작한다.

작은 손이 한번 지날 때 마다 빨갛게 여덟줄이 선다.

조금 시원하다 싶어 누워 잠을 청하는데 

다시 따갑다.

언니야 아직도 따갑잖아!


에이! 세상 모르겠다.

웃통을 벗어 

확 뒤짚은 다음 호롱불을 켜고

바늘 보다 가늘고 5mm전후로 아주 짧은 보리까시락을 찾기 시작한다.

겨우겨우 더듬거려 옷에 박혀 보이지도 않는 까시락을 제거하고 나서야

둘은 잠이 든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이제 타작타작
타작 소리도 멈추고
보리타작이 끝났네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보리타작에 이렇게 다양한 사연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언니가 있어 참 좋으셨겠네요
요 며칠 감나무님 덕분에
궂은 날씨에서 해방된 기분이에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애린님 감사해요.
나도 애린님이 있어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맞아요.
언니가 있어
참 좋았어요.
1.5살 많은 언니지만
일평생 엄마 같은 존재더라구요.
이제는 언니도 먼 곳에 있고
말벗도 없는데
이렇게 시시콜콜한 옛날 이야기를 들어주는
우리 금오도 커뮤니티가 있어서
넘 좋네요..
요즘은 옛날 이야기하면 꼰댑니다.
ㅎㅎ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보리타작 5부를 읽으며 참 재미있었네
친구와 함께 어릴적 그 동심의 세계에서 행복했네
친구의 뒤란이며
뒤란넘어 보물단지 텃밭이며
감나무밭위 작은 텃밭에 희귀한 식물들. . .
감나무 밭에서 뒹굴며 놀았던 시원한 여름이 생각나네.
모방심언니, 그 옛날에 친구님 입에 자주 오르 내리던 친근한 이름들도
모두 그리운 옛날이어라.
변소옆 해당화
그옆으로 계단위에 빼깽이며 꽂감말랭이 말리는 장소
우리들의 아지트. . .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맞아요.
이야기꾼 안개님의 입을 통해 들으니
그시절이 더욱 뭉클 해지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span class="guest">나마사</span>님의 댓글

나마사 작성일

보리타작을 5일이나 했으니 창고에
수백가마니의 보리가 쌓였겠네요.
부잣집이 더 부자가 되었겠어요^^
보리타작이 힘든 길인데 이렇게 추억으로 찾아가니
행복한 5일이었네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5일 동안 타작타작
시끄럽게도 울어 댓네요.
그래도 조잘거리는 저는 행복했답니다.

타작이 끝나니 이제 우리 창꼬에 보리 엄청 쌓였네요
성님 동상 우리 집으로 밥묵으로 오소~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타작 타작
어린시절 타작하는 날은
참 싫기도하고 좋기도 한 날 이였는데
무더운데다 보리까시락에 찔리고 ㅎㅎ
허나 시원한 설탕국수는 내 입속에 미각을 자극해
금새 한 그릇 후루루 뚝딱 삼키고 맛난 별미 였는데

돌이켜보니 그것이 밥줄이였고 공부줄이였었네요
까시락이 다 빠져나간 누런 보릿대는 소 여물이 되고
밭에 논에 밑걸음이 되고
버릴게 하나없었는데
지금은 고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작물이 되어 버려
참으로 아쉽구만요~^^
혹여 TV에서나 여행지에서 청보리밭이라도 보면
바람에 물결치는 광경이 얼마나 이쁘던지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감나무님의 보리타작 미니시리즈로
잼나게 옛 추억생각하면서 잘 읽었네요
감사 ^~^ㅎㅎ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ㅋ~
솔향채님
굿모닝 입니다.
아직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네요.
중부지방 홍수나서 난리가 아니던데
내고향 금오도는 무사한지
줄곧 걱정이었습니다.
솔향채님의 예쁜 소식이 있어
마음이 풍요로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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