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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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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421회 작성일 23-09-18 20:11

본문

금오열도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어종이 산란과  번식를 반복하며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끓임없이 회유하는 어군은 원주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원주민  낚시는 대상어를 정해 놓고 원정을 다니는 일명 꾼들의 낚시와는 차이를 이룬다.
대부분 생계가 목적이기에 농번기를 피해 아침나절이나 저녁 무렵에 출두하는데 준비물이 간소할뿐더러 고기떼를 따라 같이  선회하고 오랜 전통과 경험에서 나오는 어종 별 습성에 맞는 채비를 갖추어 조류의 이동에 따른 정확한 위치 선정, 숙련된 챔질로 다수의 어획량과 짜릿한 손맛을 분 단위로 맛볼 수 있다.

뽈락/ 놀래미/ 용치 /밀쨍이/ 매티미/ 망생이/아지/ 금풍생이/쥐치/꽁치 /쏨뱅이/깔따구/삐깝생이/달고기/고등어/맥아리/갈치 등은 잘 다듬어서 소금 뿌려 구어도 먹고, 고소한 뼈꼬시로도 먹고, 조림 매운탕으로도 먹고, 정갈하게 씻어 해풍에 말려 건어물로 쪄서 먹는 맛도 일품이며 건강식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더욱이 가성비가 좋고, 입질이 까다롭지 않고, 고유하고 독특한 맛을 지닌, 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우리와 닮은 듯한 이러한 어종들은 인이 박히도록 먹고 자라서  그런지 좋아하지 앓고는 배길 재간이 없다.


구월초가 넘어가는 금오열도 바다는 갈치낚시로 불야성을 이룬다.
포구에서 바라보는 잿빛 바다는 어둠을 타고 모여드는 수많은 집어등이 수평선을 채운다.
찰랑대는 검붉은 바닷물 위로 흔들거리는 조각배에  어른거리는 실루엣은  감정을 다독거리기 충분하고 방파제에서만 바라보던 주얼리같이 이어지던  불빛 속으로 들어가 본다.
흡사 나뭇잎에 몸을 실어 한두 장밖에 차이 나지 않는 수면과의 거리는  생사를 초월한 격차란 이런 걸 두고 말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드리운 낚싯줄에는 어렸을 때 막연하게 일었던 삶에 대한 불안감부터 그것을 벗겨 나왔던 지금까지의 여로가 심연속으로 흩어지고 흔들림이 오는 순간 은빛 갈치는 가을 향기를  듬뿍 싣고  허공을 가르며 매달려 나온다.
기억되는 체험 속에서도 신비감을 초월하는 신들의 속삭임이 들려오고 적막과 분주함이 경계를 넘나들며 밤바다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노 젓고 고기 잡으러 다니던 그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바다가 가져다주는 깊고 푸른 자아만큼은 지금까지도 짙게 배어있었다.
분주한 채비를 거두고 항구로 들어 갈 시간이다.

이제는 알 것 같다
고향 바다는 내가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모든 것을 포용하며 나를 보듬고 있었다는 것을ㅡ
'84일간이나  고기를 잡지 못한 늙은 어부가 거대한 물고기를 사투 끝에 잡았으나 돌아오는 도중에 상어 떼를 만나 항구에 닿았을 때 고기는 뼈만 남아 있었다' 라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이야기처럼
그렇게 살아 가 보란 것을ㅡ 


댓글목록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금오도 축깡에서의 낚시
어릴 때 오빠들 첨대들고 나서면 괜시리 나도 신나 껑충거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특히 축깡에서의 밤낚시가 재미있었어요.
오빠들 옆에서 함께 가슴조이며 물고기 오기를 기다리던 그시절이 있었지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삶도 사랑도 열정도 추억도
무언가를 갈구하며 견디던 의지도
완성이 아니라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보람인 것 같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너무 욕심내지 말며
이 순간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가을부터 겨울에 많이 낚는 꽁치가 생각 나네요
유송리 방파제
여천 방파제
우실 방파제
직포 방파제
심포 방파제
초포 방파제
이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을 방파제 마다 즐비하게 꽁치낚시꾼 들이
몰려 들 시기
거기는 여자분들이 반을 차지하지요
비린네가 무척이나 심한 꽁치회는
구운김에 초장, 된장올려 먹으면 꿀맛

금오도의 바다는 풍성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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