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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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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486회 작성일 23-10-30 07:56

본문

바람이 머무는 바위벽에 떨구듯이 누운 해송 한 그루가 부끄럼을 타고 파랑 바다 위에 청솔가지를 흩트려  놓는다.


방울방울 날리어 산으로 바다로 그림자 곧은 동무로 몸짓을 자랑하고 백척간두 낭끄터리 벽에서 각고의 시련을 견딘 청라한 자태로 뽐낸다. 

바위가 미끌어 지고 파도가 부서지고  삼라만상의 재해를 버티고 살아남은 모습에 태고때 솟구친 바윗덩어리마저 숨죽이게 하는 비장함과 카리스마에 경의를 표한다.

뿌리내리는 백 년
햇빛 모으는 백 년
수분 기다리는 백 년
줄기 세우는 백 년
잎을 띄우는 백 년
송화가루 날리는 백 년
방울방울 솔방울 백 년
물안개 머금은 백 년
폭풍우를 품는 백 년
바람 위에 눕는 백 년

세상에 뿌려진 체 부평초처럼 휘날리다 그 가혹한 시련을 견디고 꺾이지 않는 사시사철 푸른 기세는 천년  해송의 모습으로 이렇게 웅기하였다.

거친 비렁길에 터를 닦고 길을 내던 선구자들의 진취적인 삶이 오버랩 되는 것은 고고하고 품격있는  천년 해송의 매혹에 그 혼들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뱃사공들의 속삭임이, 유영하는 물고기의 자유스러움이, 석양에 부서지는 노을 빛의 질투도 그립다

아버지의 삶, 어머니의 삶,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데 폭풍우가 멈춘 그곳의 흩어진 솔잎은 어디로 갔는가!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지난한 삶을 견뎌야만 얻을 수 있는
푸른 솔의 투박하면서도 굳은 의지가 떠올라
마음이 숙연합니다

지루한 기다림을 해거리로 떨어지던 솔가리는
천년의 화석으로 우리네 정신에 박혀
끊임없이 아쉬움을 끌어내는데요.

솔은 솔을 기억하는 마음속에
지금도 맥이 뛰고 있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유독 벼랑끝에 멋진 분재처럼 버티고 있는 해송
그런 해송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결코 쉬이 만들어진 자태가 아니었군요
고진감래 이 뜻이 많이 부족한 표현이지만
때론 짜디짠 바닷물로 목욕하고
모진 비바람 이겨낸 그 결과물은 넘 멋진 작품이지요
편안한 밤되세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멋진글 잘 보았습니다
저무는 시월의 밤 잘 보내세요.

산벚나무님의 댓글

산벚나무 작성일

금오도는 바람이 많이 붑니다.
여러분이 곁에 있어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솔향채님 자녀분 결혼을 축하드림니다.
그동안 애많이 쓰셨고 고생 많았습니다.

평안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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