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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2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미리내 조회 404회 작성일 23-11-08 12:49

본문

이 맘 때면 커다란 멍청이 고구마와 

너무 작은 노랑 고구마는 따로 놨다가

작은 거는 햇볕과 밤낮의 기온차로

꺼들꺼들 될 때까지 한비짝에 뒀다가

무쇠 솥단지 안에 스텐 대접 한개 엎어 놓고

그 위에 잘 숙성된 고구마 씻은거 올려 담고

솥 뚜껑 덮어 부삭에 솔가리 잎으로 불 붙여

장작 몇개 던져 놓으면 노글노글 익었다.

그러면 끄집어 내서 할아버지께서 

의대나무 쪼개 만든 소쿠리에 담아 놓고

도가지에 싱건지 꺼내서 

뜰방에 걸터 앉아 

껍질 깔거도 없이 끄트머리 물어 떼내고 

쪽 빨면 달달한 고구마 속이 음미할 새도 

없이 혀에 미끄러져 식도 아래로

 쏙 들어 가분다.


 큰거는 씻어서 도구통에 쿵쿵 짖찍어서

물과 섞어 채로 받춰 건데기는

말렸다가 보리밥과 섞어 밥해 묵고

물은 다라니째 하룻 밤 놔 두면

물과 녹말가루가 위 아래로 분리된다.

물은 따라서 돼지 밥통에 버리고

고구마 녹말 반죽하여

넓게 안 밀리니 

동부콩 삶아 걸른 물 

펄펄 끓을 때 가마솥단지 위에 

나무 도마 걸치고  큼직하게 

뚝 뚝 썰어 넣어 콩 죽을 쑤면

그게 사카리도 안 넣고 소금만 조금 

넣었그마는 왜 그리도 달고

쫄깃거리든지 지금도 상상만 하는데도

입에 침이 고이분다.


고구마 너무 많이 삶아  먹고 남으면

납작 납작 잘라서 둥근 소쿠리에 

펴서 도단(양철)지붕 위에 올려 놓고

말랐나 올려다 보면

 꺼들꺼들 채 마르기도 전에

울 오빠들 개참에 한 주먹씩

집어 넣고 소 뜯기러 가부렀다.

남은 부스러기도 입에 넣으면 위 아래

이가 쩍쩍 달라 붙으며 엿먹는 

맛이다. 잇새란 잇새에는 또

왜 그리 낑끼는지 ~~그 다음은

차마 표현하기 거시기 해서~~^^







댓글목록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그 시절 한페이지가 그대로 그려집니다^^
~소 뜯기러 가부렀다~~~
주머니에 넣고 주점부리로 맛나게 먹었던 추억이 그리울뿐입니다

미리내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지금 사는 곳에서는 표준어만 사용하여
고향이 남쪽인 줄 모르는 지인도 많은데
고향(고향홈도)만 가면 자동으로 고향 방언이 나와부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와~
고구마 맛있게 먹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게 있었네요.
정성 엄청 들었을 듯 싶어요.
우리는 첫번째 방법을 주로 애용했지요.
적당하게 말린 듯 얼린 듯 말랑말랑한
그때 그 물고구마 맛 세상에 없습니다.
나머지 못생긴 고구마는 모두 절간하여 빼깽이로 처리 하였지요.

미리내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우리도 파다가 호미자국 쟁기자국 난 고구마는 다 뿌져서 빼껭이로 팔았었지요.
등외나 3등급일지라도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우리 언니의 빼깽이죽이 생각 나네요
말린빼깽이는 판매용 빼깽이와 다르게
깨끗이 씻어서 기계에 넣어서 뿟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도마위에 올려서 칼로 잘라서 깨끗한 곳에
말려 일년 열두달 먹지요
생고구마 앙금으로 팥죽도 만나고요
잼나는 사투리 정겹습니다
맛난글 감사해요

미리내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고구마3에 빼껭이 도시락 얘기 할라 했드만
집에서 수분기 많고 아삭하삭 생으로 깎아 먹어도
맛난 멍청이 고구마가 뺑껭이 도시락에 좋았그만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미리내님의 야무진 삶의 원천은
저곳이었을까요
고향의 언어 속에 푹 삭힌 풍경이 그려져서
읽는 재미를 중폭시키네요
역시 미리내님은 기울지 않았어요 ㅎㅎ
차마 거시기 ~
알쏭달쏭하게라도 풀어주시지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

미리내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애린님은 맨날 존 말만 댓글로 단다요.
그 머리 속엔 그 많은 글의 파편이 얼마나 많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에 그럴 수 있는지 가늠이 안가요.

<span class="guest">콩심이</span>님의 댓글

콩심이 작성일

글을 읽으며 어릴적 정겨웠던 모습이 그림처럼 눈에 선하네요~
고구마를 슬라이스로 썰어서 말린 빼깽이와 완두콩 넣어
죽을 만들어 주셨던 우리 엄마표 빼깽이 죽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고향향수가 무척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span class="guest">미리내</span>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저는 빼껭이죽 빼깽이밥은 지금도
먹고 싶지 않답니다.
위장이 약하거든요 ^^
그런데 굵은 강낭콩이랑 밀가루 뚝뚝 뜯어 넣은 빼껭이죽에서 콩과 달달한 국물과 밀가루 건데기 맛은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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