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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을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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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희 조회 362회 작성일 23-11-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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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자정이 될 무렵 가족 단톡방에 영화티켓이 날아왔다.

'거실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더니 나도 모르는 약속이 생겼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뒷날 아침이 되자 옆지기는 영화 보기로 했냐고 묻는다.


“모임에서 급하게 음주를 하시더니 필름이 끊기셨군. 그러게 좀 시나브로 드시지, 어젯밤에 딸래미한테 영화 보러 가자고 해서 티켓 끊은 거 아니냐"라고 말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한 옆지기는 “안주가 너무 부실하긴 했지”라고 한다.


누구의 발상인지 호프집에서 모임이 있었고 각종 안주를 시켰는데, 짜고 매워서 생맥주만 석  잔 들이키다가 배불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안주에 소주를 마신 옆지기는 약간 오버같았다.


예정에 없던 영화를 보게 되면서 아침부터 바빠졌다. 뒤늦게 일어난 딸아이는 "보고 싶은 영화 티켓을 끊었는데, 같이 갈 수 있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옆지기는 블랙아웃이 아니었는데 그렇다 하니 그랬나 보다고 기억에 없는 사실을 자백했을 뿐이었다는 것을...


누군가 작정하며 틈을 노리고, 그 틈을 빠져나와 거대 산을 넘으면, 과정의 진실은 묻혀버리고, 그 진실은 오랜 날 한탄으로 떠돌다가 지난 역사를 발굴하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의 의식을 가린 12.12 군사반란의 긴박했던 9시간 내막이 그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마가 지근거리고 호흡이 거칠었다. 

끝내 지키고자 했던 의지는 무엇이며 어떻게 무너졌는지, 희생자의 이야기가 너무 또렷하게 드러나 눈물이 난다.어떤 조직이 모든 기관을 장악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 길이 훤히 보여 숨이 막힌다.


교활하기 이를 대 없는 황정민의 연기가 너무 황홀하여 온갖 나쁜 기운이 울컥한다.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조작과 반란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몰고 와, 목숨 바쳐 구축한  방어선을 무참히 무너뜨리고서야  끝을 맺는다. 끓어오른 여러 감정은 영화가 끝나고도 식지 않아 온몸이 후들거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게 올라간다고 아우성이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는 울분을 토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통을 감당한다 해도 기어이 보겠다는 이들이 넘친다.


12.12 군사 반란의 진상은 권력에 의해 오랫동안 은폐되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야 하극상에 의한 군사 쿠데타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되었으나, 성공한 쿠데타는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한다.


조선 세조 때 단종의 복귀를 꾀하다가 김질의 밀고로 잡혀온 성삼문과 박팽년을 국문한 뒤 잠깐 하옥시키게 하였던 세조는, 그들을 달래보고자 신하를 시켜 태종이 정몽주에게 건넸던 노래를 적어 보이게 하니 박팽년이 먼저 답하였다.


까마귀 눈 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이어 성삼문은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 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세조는 이 노래를 듣고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지금은 난신이라도, 후세에는 충신의 이름으로 들으리라.”


 ---이야기 조선왕조사 사육신과 생육신/다음 백과사전---


후세에 제아무리 빛나는 충신으로 불린다고 해도 역사는 변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어느 시대 길 한 모퉁이 나라를 위해 불의에 저항하다 죄도 없이 죄가 되어 스러진 억울한 넋들을 잠시라도 위로하는 마음으로 아프더라도 [서울의 봄]을 다시 보고 싶고, 이런 일들을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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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서울의 봄
한번 보고싶은 영화네요
영화를 참 좋아 하는데
황정민배우 연기력 대단하지요
수리남 영화에서 목사역활 넘 재미있었는데

숨이턱턱 막힌다는 표현
애린님의 줄거리를 읽은 지금 내 숨도 턱턱막힌듯 ㅎㅎ
그래도 봐야긋내요
혈압이 높은 편이지만 뒤통수잡고~

영화소개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뻔한 스토리일 거라는 선입견이
선뜻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게 했는데요
제가 알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티끌 같은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네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pan class="guest">선우향</span>님의 댓글

선우향 작성일

검색해보니 며칠사이에 200만이 넘었다고하네요
시간내서 보고와야겠어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아주 매운 불닭을 먹었는데
가슴엔 자꾸 허기가 고여
그 후 이태신(장태완).김오랑님등등
그분 들이 어떤 분이셨고
어떤 삶을 살다 가셨는지
찾게 되요

<span class="guest">비타민</span>님의 댓글

비타민 작성일

알지 못한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지금 이순간 또한 잘 알지못합니다.
나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도 역사이겠지요?
이런 냉담 속에 피해를 입은 분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비타민님 반갑습니다~♡

저마다 바쁘고
또 저마다 힘든 일을
많이 겪으며 살아가니까요...

인생이, 집안이 완전히
풍비박산 난 지금에 와서야
무슨 소용이냐고 하겠지요

그래도 이렇게 영화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어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싶지만요...
항상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아우도 아직 못봤는데 역사의 진실을 동참해야할듯 하네요
영화를 봤던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몇일은 이 나라의 과거와 현재의 흐름에 호흡이 거칠어진다고 하네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마음 잘 다스리고 가세요
저 혈압 분들은 혈압 상승 효과 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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