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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엄마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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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솔향채 조회 290회 작성일 23-12-02 00:02

본문

오늘은 고구마를 에어프라이기에  넣고 온도를  200도에두고 60분을 가동시켰다.

고구마가 익을 즈음에 온 집안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내 침샘을 자극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고구마를 꺼내  식탁에 앉아  무엇인가  허전하다는 생각에 아차  고구마는 시원한 동치미가 제격인데 문득 몇일전에 담궈둔 물김치가 생각나서 꺼내 맛나게 먹는 순간

갑자기 엄마가 생각났다.

아니 엄마의 동치미가 생각났다.

겨울이면 으례껏  동치미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가 되어버린 고구마가 하루 한두끼니의 의식주였던 시절 고구마의 찰떡 궁합인 동치미.

예쁘게 생긴 오동통한 어른 손바닥 만한 무우와 소금으로만 맛을  내야 하는 동치미는  잔뿌리를 잘 손질하여 잎사귀는 속잎만  한두잎 남겨두고  그늘진 곳에 큼직한 장독  두 세개에 깨끗이 씻은 무우에 울 엄마는 꼭 3년이 지난 굵은 소금을 사용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유는 간수가 오래빠져야 소금도 단맛이 난다나  암튼 그랬던 걸루 기억  그런 소금을 하나하나 무우 온 몸에 바르고  차곡차곡 장독에 채워 하룻밤을 지낸 다음 갖가지 재료를 넣고 과일이 귀한 시절이라 배와 사과는 못넣고 고추, 파, 마늘, 생강,청각 단맛을 내야한다며 대추등을 넣고 소금을 녹여 가득 장독을  채워 잘 삭힌 동치미는 그 해 겨울 내내 고구마와 함께 등장. 살얼음의 국물은  왜 그리  시원하고 맛있던지  별스런 양념이  들어간것도 아닌데 지금 내가 담궈 본 맛과는 차원이 다른 그 맛.

동치미를 볼 때마다 내 기억속에 깊게  자리 잡고있는 엄마의 손맛이 그립기만 한 이유는 비단 이것뿐이 아니건만  오늘은 유독 엄마가 아니 엄마의 동치미 국물이 많이 생각났던 날이었습니다.

겨울 김치는 역시 동치미  맛이지요.

우리 부모님이 자식을 키우시던 우리 어린시절은  모든것이 궁핍한 시대였지요.

자식들에게 마음껏 배불리 먹일 수 없었던  시절  밥상위에 변변한 반찬도 올릴 수 없었던 시절  그렇지만 우리 중 누구도 반찬투정을 해 본 기억이 없던 시절 그저 김치  하나에도  감사했고  어쪄다 마을에서 추림으로  돼지라도 한마리 잡는 날이면 다리 하나 사오신 날은 수육과 수육 삶은 국물에 콩나물, 신김치, 두부 넣고 먹으면 그것이 진수 성찬이였던 시절.

자식 밥그릇에는 보리밥이나마 가득 담아 주시지만 정작 엄마는 누룽지나 식은밥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내 기억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이 아닐런지  우리 시대의 거의 아니 모든 엄마들의 모습이 아닐런지~~

겨울이 되니 알싸하고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  엄마의 김치맛과  동치미 국물이 그립지 않으신가요?.....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강화도 호박 고구마가 아무리 유명해도
우리 동네 양감자 맛을 잊을 수가 없고
에어프라이어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부삭 잉그락불에서 갓 나온
군 고구마 군침을 따를 수 없지요
그 별미는 상상하는 순간
동치미와 파래김치와 온돌방...
그리고 양지바른 돌담가에
늘어선 김발들...
너무 많아서 다 재생하기엔
버터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네요.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이 시간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우리들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겠네요.

소중한 추억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잉그락불의 고구마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지요.
시골이라도 군불을 땔 수가 없으니 ~

옹기종기 부삭에 앉아 불째면서 기다리던 시간이
그립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span class="guest">고구마구마</span>님의 댓글

고구마구마 작성일

고구마 저도 참 좋아하는데...고구마하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순 김치가 생각나네요!!어렸을때 외갓집에서 고구마캐던 추억, 고구마 빼깽이까지... 금오도하면 고구마생각이 절로나네요.
동치미 국물과 함께 하는 고구마...
오늘은 고구마좀 구워야겠어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그랬군요
여긴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홈이기도하네요.
다행이네요.
맛나게 고구마드세요
굿밤되세요~♡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토요일 일찍 학교 끝나 집에 오면
햇빛 따스한 뜰방에 걸터 앉아서 점심을 먹었지요.
소쿠리들고 가서 무쇠 가마솥에서 찐 고구마 푸고
장독대에 갓이랑 쪽파묶음
그리고 절인 고추 와 고추씨앗 생강 마늘 넣고
묶어 넣은 삼베 주머니 밀치고
너무 큰 무는 반으로 쪼개 담고 주먹만한 무는 그냥 담은 싱건지와 얼음 서걱거리는 국물 퍼서
우물물 붓어 간 맞추고 무우는 먹기 좋게 썰어
깨소금만 뿌린 툭시발 들어다 옆에 놓고
고구마 한 잎에 싱건지 한조각
우적 우적 먹다가 국물 한 모금 들이키면
차가운 싱건지 국물이 식도 거쳐 어디쯤 내려가는지 알 수 있게 쏴 하니 시원합니다.
그 맛 알기에 그리고 그립기에 ~~~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잊어버릴 수 없는 그 맛
별 반찬 없어도 맛난 싱건지 국 한 사발
간식이였고 주식이였고 소화제였지요.
굿밤되세요 ~♡

산벚나무님의 댓글

산벚나무 작성일

어머니의 넘치지 않는 그 그릇을 어찌 따라 가 리오
삼국지에 나오던가요.
조조가 후계자 테스트하면서 아들 조식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자.
소금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금오도 귀향 후 식생활을 손수 해결하다보니 이제야
그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듯한 글입니다.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맞네요~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아무 쓸데없어 버려진다는
성경 말씀 구절도 있는데
흔한것이라 소중히 여기지도 감사하지도 않있는데

생각해보니 없어서는 안될 너무나 소중한것이네요
감사합니다.
멋진 오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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