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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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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almuri 조회 441회 작성일 23-12-03 21:21

본문

요강

 


바르르 문풍지 떨리는 소리 들으며 이방 저방으로 조카들과 발 포개어 온기 느끼던 그 시절 


커다란 가마솥 팥죽으로 저녁 끼니를 때우고 남은 건 고양이 손 탈까 실겅에 올려두었다가 잠들 무렵 옹기종기 둘러앉아 굳어 엉켜있는 죽을 퍼 먹을 때면 어김없이 딸꾹질로 뻐꾸기 소릴 냈었는데ᆢ 


잠결에 들으면 나일론 양말로 괴인 문을 열고 방 앞 마루의 사기 요강에 누군가 무릎 꿇고 오줌 갈기는 소리 들으며 또 잠들다가 


오줌보가 터질듯하면 참다못해 한쪽 눈만 뜨고 그 자리에 또 공손히 무릎 꿇고 오줌을 쏟아내며 부르르 몸 떨다 쳐다보던 새벽 그 달빛 


온기 남은 솜이불 구멍으로 치끗 뻘밭 게처럼 쏘옥 들어가 남은 잠을 자던 그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요강은 넘쳐 있어도 누가 그랬는지 묻지도 야단도 안 쳤었는데ᆢ 


밤이 긴걸 보니

아마도 

그 때가 이 맘 때였나 보다.

댓글목록

dalmuri님의 댓글

dalmuri 작성일

반갑습니다.

오늘 가입하여
인사도 없이 글 올렸습니다.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span class="guest">미리내</span>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반갑습니다.
내가 부탁드린걸요.
자주 들러서 흔적 남겨주세요.
아마도 고향 코드는 같을거니까요.

dalmuri님의 댓글의 댓글

dalmuri 작성일

초대로 오게 되었는데
아직은 낯설어
주변 경관 두루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Dalmuri님 환영합니다.
요강 우리집 요강은 2개 였어요.
하나는 마루에서 가족 전부를 포용하고
하나는 곧잘 약주를 드신 할아버지를 배려하여 큰방을 지켰었는데
단정하게 낭자를 트신 할머니 머리와 요강이 비슷하다는 것이 문제가 될 때도 있었지요.
매일 아침이 되면 요강단지를 들고 오이밭 호박밭으로 가는 일은 내 임무였는데
깔끄러운 호박덩굴이 나의 아침 인사를 반겼었지요.

dalmuri님의 댓글의 댓글

dalmuri 작성일

그래서
그 때의 호박이나 오이는 실하고 맛있었나 봅니다.

잠결에 오줌 마려우면 몸서리치는 그 찬기 때문에 무릎 꿇는거 마저 싫었었는데 가만 생각하면 사기 요강에 엉덩이를 대었을 여자분들은 얼마나 차가웠을까 싶습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에구 참 세상에 ㅎㅎ
할머니는 또 뭔일이셨데요 ㅎㅎ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달무리님 반갑습니다.
그때 그시절 요강은 어린시절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친근한 그 자체였지요.
밤에 무서움을 많이 타는 어린나는 특히 마루에 놓아둔 요강을 방으로 들고 들어와 혼도 많이 났던 생각이 나네요

붉은 팥죽은 일주일이면 두세번은 꼭 저녁끼니로 자주 등장한 그래도 맛이 좋아 저녁 늦게까지 밤참으로 먹었던 기억을
이 새벽에 달무리님의 구수한 글로인해 살며시 꺼내보니 웃음이 절로 나네요.

감사합니다.
멋진 날 되세요

dalmuri님의 댓글의 댓글

dalmuri 작성일

그 시절에는 왜 그리 팥죽을 흔하게 먹었던지요ᆢ
아마도 쌀 때문이었겠으나 그렇다고 물리지도 않았었지요.

해질녘이면
요강 2개는 각 방 앞 마루에 걸레 깔고 놓아두고 1개는 큰방안에 놓아두고

아침 일어나면
이를 수거하여 수췌구멍(?)에 버린 기억이 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섬세하게 파고드는 글의 힘이 대단하시네요
글이 그림을 그려내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은
물결의 진동이 가슴으로 이어지는 일입니다
그 설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멋집니다!
늘 건필하시고
좋은 글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span class="guest">미리내</span>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그래서 초대했네요.
글과 시 노래를 카스에서 보고 듣다 보면
애린님하고 아주 비슷해요
여린듯 하면서도 다부지고
섬세하면서도 또 털털한 면도 보이고
글을 보다 보면 옛날 제대로 배웠으면
지금 대학 강의실에 드나들며
책 많이 출판 하셨을 분들이란 생각이
늘 들어요.

dalmuri님의 댓글의 댓글

dalmuri 작성일

글이 그림을 그려낸다ᆢ
좋은 표현입니다.

턱 없이 부족하나
그곳에 나고 자란 정서와 공감으로
뻔질나게 드나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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