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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애린 조회 612회 작성일 23-12-07 17:5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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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지 


                 이종희


          

오래전

집으로 돌아가는 여객선에서

서고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떤 날은 노을 한 잔에 

온 섬이 주홍으로 번져있고

어떤 날은 칡잎이 산을 향해

허연 속살을 들키고 있었습니다.


층층이 다랑논 위로 넝쿨진 초록이 

웃서고지 오르는 길을 지울 때면

등고선 보리밭들은 누렇게 채색되고

바다가 그리운 점박이 나리꽃은

오랜 날 절벽 끝에 걸터앉아 

서녘 바다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다랑논 물줄기는

제 몸을 들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영하의 입김이 나부낄 때마다 

물방울은 다랑논에 기대어 

굳었다가 흘렀다가를 거듭하며

부푼 채로 봄을 기다려야 할 테니까요.


그 옛날 서고지의 한 귀퉁이는

남포 소리에 산산이 허물어져

방파제 아래 깊숙이 수장되었고

그 푸르던 유년의 바닷가는

회색 길에 묻혀 빈 추억으로 떠도는데

숱한 사연으로 다져진 오솔길마저

새로운 걸음으로 끊겨야 했습니다.


그래서 망산은 

철렁철렁 내려앉은 마음을 보일 수 없어

지나는 해무를 붙잡고는 고개를 숙이는데


그 섬은 내가 무심히 닿을 때도

버선발로 마중하신 우리 어머니 마냥 

몇 날 며칠 그렁그렁 하십니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산적두목</span>님의 댓글

산적두목 작성일

서고지 하면 55cm급
참돔을 낚아 올리던 손맛이
되살아 나는 느낌입니다.
살아가면서 어느 지역과 이렇게
오래도록 각인된 기억이 그리 흔치 않은데...

한 때는 '상실의 시대'라 해서
변화하는 것과 함께 추억이 묻혀버린 듯 하여
싫은 내색을 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덤덤하고 무뎌지는 느낌입니다.

글 / 사진 잘 보고 갑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감사합니다. 산적두목님~^^
우리 서고지 부근에서 잡으셨다면
분명히 태풍 매미가 터놓은
가두리 양식장 덕분이에요ㅎㅎ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네요
추석 지나면 베트남 가야 해서
고향 갔다가 태풍 매미를
너무 정면으로 맞닥뜨렸네요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일들이
기억과 의지를 상실시키고
무심을 끌어올리는 것 같습니다.

늘 건강, 건 필하세요 ~^^

dalmuri님의 댓글

dalmuri 작성일

저는 서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일 할 때나 밥 먹을 때나 숱하게 들어 익숙한 지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별 다를 바 없는 고향의 한 자락입니다.

애린님의 글을 보며
아! 서고지가 그렇게 생겼는갑다
하며 그려져 더욱 고향스럽게 느껴집니다.

서고지엔 바람이 쎄다네ᆢ하는 울엄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저도 바람에 대한 기억이 많아서
1연에는 서고지 특징적 풍경 속에
날씨에 대한 암시를 적용했습니다
노을빛을 정면으로(화창한 날)
받을 수 있었던 서고지 얼굴빛이나
칡잎이 산을 향해 속살을 드러내는
바람 부는 날이 그러네요.

달무리님 고향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비슷하겠지만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미지는
막연한 설렘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span class="guest">노을</span>님의 댓글

노을 작성일

가슴이 뭉클합니다

애린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감사합니다
잠깐 빗방울이 우리동네를 스쳤나 봐요
꼭 봄같은 시간이네요
오늘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환삼덩굴보다는 칡넝쿨이 꽃향기랑 뿌리 맛이랑 더 친숙하지만 나은 듯 하지만 나무나 식물들을 참 괴롭게 하지요 갈 길도 막아버렸군요.
칡이 위장등 소화기에 좋다는데
다들 안 파 가시나 봐요.

애린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완전 검증되었으면 유행양행이나 종근당이
그만 두었을리 없어요 ㅎ(어떤분이 그러셨음)
칡꽃은 처음보면 좀 무섭게 생겼는데
참 향기로워요.
오늘도 날이 푸근한데 맨발 걷기 좋은데
촉촉해서 좀 힘들까요?
오늘도 행복입니다~♡

<span class="guest">향기</span>님의 댓글

향기 작성일

서고지~애린님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그 곳~~
꼭 한번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답니다~^^
우실마을 옆 바닷길을 따라서 독서굴에 자주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붓떡도 눈에 선 하고 이 맘 대 쯤이면 흰 동백도 참 이뻣었는데
지금은 누가 다 가져가고 없다는 소식을 접했을때는 마음이 아팠답니다~
편안안 저녁 시간 보내세요~

애린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독서 굴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요
흰동백도 자생했네요?
그냥 좀 두고 보시지 왜 그랬을까요
저는 분홍 동백 못 보러 가게 되어서 안타까웠는데...
서고지는 교회 뒤로 난 길을 따라 윗동네를 가셔야
자세히 볼 수 있는데요
금오열도 중 최고의 풍경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ㅎㅎ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span class="guest">이승자</span>님의 댓글

이승자 작성일

요즘 서고지가 멋진 마을
섬으로 발돋음 중
따뜻한 남쪽 바다 서고지
노을도 참으로 멋진 곳 이지요
자주는 못가지만 애린님의 따뜻한 고향 멋진고향

조만간 낚시터 촬칵쫠칵 구경 가야것어요
굿밤되세요 ~♡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새로운 조망과 시설이
또 다른 환경을 이끌어 가는데요
다리가 연결되고
안도로 넘어가는 길들은
꿈도 못 꾸고 있는데
그런 추억이 길들도 복원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승자 선배님 덕분에
우리 고향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늘 감사합니다 ~~♡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안도대교 개통후 처음으로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옮겨봤어요ㅎ
상상을 많이 했었는데~~?안도 몽돌 해수욕장 유명세도 오빠들의 청춘 캠핑 보따리에 실어서 ,
이제는 낯설지 않는 얼굴로 바람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가깝고도 먼 섬이었지요.
안도 이야포 몽돌 해변에서
다른 섬 청춘들이 추억을 쌓은 것처럼
우리 서고지 나이 많으신 오빠야들은
배타고 다른 섬으로 원정갔다는데
나는 왜 그런 놀이는 안해봤나 몰라요 ㅎㅎ
오늘도 무조건 행복하기입니다~♡

<span class="guest">친구</span>님의 댓글

친구 작성일

친구야 동창방 영상보러왔다가 두루 구경하고간다
참 좋구나 또올께

애린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감사합니다~♡
자주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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