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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단발머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감나무 조회 274회 작성일 24-01-08 08:23

본문



초봄 햇살이 기지개를 켜고

우리는 앞마당 따뜻한 양지 바른 곳을 찾아 부산을 떤다.

곧 개학이다

엄마는 복지개, 바가지, 보따리, 큰 무쇠 가위를 준비하시고 우리를 차례로 의자에 앉히신다.

언니가 먼저 의자에 앉았다

커다란 보자기로 몸을 감싼 후 그것을 목에 묶으면 영락 빨간모자의 망또 같다.

대접에 물을 떠와 한 모금 입에 머금다 언니 머리 위로 내뿜으면 스프레이처럼 

안개 같은 물방울이 봄 햇살을 받아 무지개를 품고 언니 머리 위에 내려 앉는다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이 언니 머리 위에서 구슬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엄마는 얽은 빗으로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참빗으로 머릿결을 다시 잡아주신다

물방울이 머릿결 사이 사이로 스며들어 

바람에 나풀거리던 머리카락은 장난감 병정처럼 일렬 차롓으로 꼼짝을 하지 않는다.

먼저 언니 머리 위로 작은 복지개가 올라 온다.

드디어 예비 준비는 끝났다.

긴장의 순간이 온 것이다

언니는 두 눈을 꼬옥 감는다 기도 하는 마음으로

검은 가위가 복지개 라인을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서서히 움직인다

사각사각 소리도 가위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언니의 마음도 차가운 가윗 소리를 따라 서서히 움직인다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도 조마조마 떨리는 마음으로 언니의 머리에 시선을 집중 시킨다

엄마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에 기대를 걸며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드디어 복지개가 머리에서 떨어져 나오고 

우리 모두는 두 손 모아 기도 한다.

과연과연~

엄마의 눈동자가 커졌다.

우리의 동공도 확대되고 모았던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순간 언니도 앗차! 

급박하게 거울을 찾는다.

으앙~

머리를 자르는 사이 복지개가 비틀려 앞머리가 비스듬히 사선으로 잘려 나간 것이다

사선 따라 눈썹 위 이마도 비틀려 보인다.

한참 동안 울음보의 의식을 치른 후 

엄마의 설득으로 언니는 다시 의자에 앉고 

이번에 섬세한 빗을 따라 가위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 가고 

언니의 예쁜 이마가 절반은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바가지를 씌워서 자른 뒷 머리는 다행히 바르게 잘 잘려나갔다.

미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요즘은 이마가 약간 튀어 나온 게 현대 미인의 기준이어서 일부러 예쁜 이마 만들기 성형도 한다는데  

그 당시에는 봉긋하게 약간 튀어나온 언니의 이마는 언니에게 가장 큰 컴플렉스를 안겨주었었다

그걸 내 놓고 다닌다는 것이 보통 신경쓰이는 일이 아닌가 보다 

앞머리가 짧아서 가벼워지니 왜 그렇게 머리카락들은 덩달아 하늘로 치솟는지

앞머리가 길어지는 내내 몇 개월 동안 

언니는 틈만 나면 머리에 물 뿌리기를 거듭 거듭 하였다.



 



 





댓글목록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감나무님 덕분에 또 회상의 숲에 들어 가 한참을 노닐었네요.
우리 아부지 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그냥 감으로 사각사각 상고머리든 단발 머리든 남자 머리든 자르고 깍고 면도까지 해 주셨지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울 엄니께서 맏 며느리의 고단함에 큰 딸 머리를 못 묶어 보셨다고 내 머리는 길으라 하시고
내 머리를 혹여 이가 생길까 늘
아침이면 밭 일 하시다가도 등교 시간쯤 내려 오셔서 뒤적여 살피시고
곱게 참빛질하시고 땋아 주셨지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미리내님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 했겠어요.
아버지의 훌륭한 재능에 긴 댕기머리까지 할 수 있었으니
그래도 우리 엄마들 참 재치꾼들이지요?
어떻게 대접을 머리에 씌울 생각을 했는지!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그 머리가 상고머리였을까요?
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박완서 님이 방학 때 짧은 머리하고 시골에 내려갔더니
할아버지가 앞뒤에 얼굴이 붙은 얘라고 언짢아하시던,
그 대목 읽고 혼자 너무 웃었는데
감나무님 복지게 재료에 이 아침 빵 터졌습니다.
그건 너무 했지요...ㅎ
대접 정도는 준비해야 하지 않았을까요ㅎ
저는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끝날 무렵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거사를 치른 적 있는데요
우리 엄니 가위질 솜씨는 너무 자유분방해서
개학날 친구들도 선생님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첫날은 창피하고 둘째 날은 다 알아보아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ㅎ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ㅋㅋ
애린 님 기억 참 좋네요
복지깨가 아니라 대접이 맞을까요?
아니 그래도 왤까 복지개가 더 친숙?
'복지개 엎어 놓고 머리 잘랐다 ?'
복지개란 기억도 신기했는데 대접을 기억해 내시다니!
글쓰다보니 뒷머리 밀어주던 바리깡이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대접에 연동되어 바리깡도 함께 튀어나오네요.
ㅋㅋ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판피린 에스~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ㅎ국민학교 저학년까지는 바가지엎어놓고 단발머리가
최신유행인줄 알았습니다
울동네 친구들이 다 똑같은 모습이여서요
3학년 여름방학때 둘째오빠 여수자취하는곳 따라같더니
시내 여자애들은 긴머리를 하고 다녀서
무조건 고집을 피워서 저도 머리를 길렀습니다
영양부족으로 누런코도 훈장처럼 많이 나왔던것 같고
한겨울 내복 이음매부분으로 이가 생길까봐 엄마의 성화가
요란스러웠지요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그때 남자애들은 바리깡으로 밀어서 까까머리 하고 다녔지요.
바리깡으로 쭈우욱 밀기도 편하고
관리하기도 편하고
터벅머리 아니면 까까대머리라
그러려니 하고 살았지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단발머리하니 지금도 내 얼굴이 빨개지면서
두근두근 거리네요

중학교 1학년때 내일 소풍간다고 담임선생님께서
머리를 귀밑 1센티밑으로 자르라고 선포를 하셔서
동네 한친구가 걱정을 했다. 엄마가 집에 안계셔서 어떡하냐며
걱정을 하길래 친구들이 우리가 잘라 준다고 걱정말라고
하여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 서너명이 친구집으로 향했다.
큰 소리는 쳤지만 누가 가위를 잡고 자를것인가 였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서로 미루기를 한참
겁없이 내가 나섯다.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가위질을 하다보니 고르지 못하고 삐뚤빼뚤
친구가 울쌍이였다.
머리길이는 어느새 귀를 한참넘어 머슴마 머리 길이가 되어 친구는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어찌나 미안했던지 ~~
잊지못할 한 사건이 된것이 뒷날 소풍가서 함께 사진을 찍어
영원이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 버렸는데
지금 그 친구는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ㅋㅋ 공이네요
그래서 그친구 미용대가가 되었잖아요.
솔향채님이 그친구 인생 향로를 미리 결정시켜 주었네요.
그 사건이 감사의 계기가 되었을수도
참으로 깨소금 같은 추억이 끝도 없지요.
우리들 세계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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