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자유게시판

본 홈페이지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금오도ㆍ금오열도 홈페이지입니다. 본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게시판에 로그인 없이 누구든지 자유롭게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사진은 100장, 동영상은 100MW 까지 가능합니다.


눈사람 자살 사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너른마당 조회 231회 작성일 24-01-12 20:25

본문




눈사람 자살 사건  /  최승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

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

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이런 기발한 자살 사건이라 ~
제목만 봤을땐 찬란한 태양 때문이려나 생각하다.
글을 다 읽고는
아~~서서히 죽는것 보다 빠른게 더 나을법도 하겠구나. ㅎㅎ
잼나는 글 감사요.
굿잠 하세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참...가슴 찡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분들 너무 춥지 마시기를...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만든이가 눈사람 손도 만들어 줬군.
그런데 참 거시기하게
왜? 눈 사람이 욕조까지 갔을까요?
그냥 그 자리 있어도 세상 구경 하다 보면
몸에 묻은 흙 모자 눈 코 팔 남기고
사라질텐데.??
요상한 자살법이 다 있당게요
낼은 늦잠 자도 되는 날이니
댓글 놀이중입니다. 오버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참 허무하네요.
욕조에서는 김만이
무럭무럭 피어오랐다.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속결로 죽는다.

희망, 꿈, 목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나봅니다.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하나?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위트가 있는글이네요^^
추운곳에 살아서 따뜻하게 가고싶다
주워진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이 글은 시인이 우화로 쓴 글이라는데
가슴이 먼저 닿아 저는 시로 읽었네요.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살아가면서 모든것은 선택할수있었지만
인간의 죽음만큼은 인간이 결정할수 없는
신의 영역인듯합니다
눈사람은 마지막 선택을 한다는 부분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표현력만 생각하면 기발하고
깊이 내용까지 생각하면 어쩔수 없이 내려 놓아야하는 상황이 허무가 느껴집니다
편안한 밤되셔요^^

COPYRIGHT Ⓒ 금오열도.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