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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불의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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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아시스 조회 438회 작성일 24-01-13 01:37

본문

꽃이불의 모정

 

                               

불침번에 꽃잎이 벙그는 밤이다


보드라운 솜털로 빼꼼히 눈만 내밀고

저녁이 무르익도록 온기를 전한다

오뉴월 뙤약볕에 말리며 주름살도 펴고

앙증맞은 데이즈꽃송이로 피었었는데

세월이 하얗게 물들어 생채기가 되기까지

기억상실이 뿌리 깊게 파고들었다

더 이상 시들지 않고 뽀송뽀송한 꽃으로

포근하게 안아주는 이불이 되었으면 했는데

치열했던 삶이 얼룩진 흔적으로 남기며

숨이 턱에 닿도록 꽃잎은 바스락거린다


학교 늦는다, 밥 먹어라

얼른 와서 *빼깽이 줍어라 곧 비 온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연신 한 세상 곪아서 터진 엄마의 숨소리는

서글픈 사모곡으로 세탁기에서 돌아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천진난만한 얼굴에는 푸석한 솜털이 피어난다

밤새껏 들로 밭으로 바닷가로 헤매었으니

밥 한 그릇을 몇 숟가락 만에 꿀꺽

포근한 속살을 드러내며 하얗게 웃는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행복을 찾아 떠나는 중인지

기억의 저편에 머물러 있는 희미한 조각천들

빨래 바구니에는 꽃들이 나풀나풀 졸고 있다


비가 오려나

나는 흐느적거리는 솔기를 펼치고

모진밤을 지새우는데......


*빼깽이=말랭이’의 방언 (전남)



         *치매로 안 주무시는 엄마

           주무시는데 도움 될까? 핑크색

           꽃이불를 덮어드리며

           꽃이불이 엄마와 같다라고 생각했다


*파래김치 댓글 달다보니

 언제나 고향집에 계실것 같았던 엄마는

아들하고 살거라고 

그 아들은 엄마곁을 먼저 떠난줄도

모르고

어쩔수없이 딸들과 서울에서 동행이 시작되고

 딸들은 출가외인이라고

내가 결혼하고 하룻밤 첫아이돌때 

막내딸 집에 온것이 전부이다

엄마는

 가냘픈모습으로 병원 계신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아~
슬픈 소식!
덩그랗게 큰 두눈을 가진 그 오빠가
먼저 엄마 곁을 떠났다는 말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광주 우리 자취방에도 곧잘 오셔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셨었는데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시스님의 글 속에 얼핏얼핏 아픔이 묻어 있었군요.

dalmuri님의 댓글

dalmuri 작성일

어허~
참으로 슬픕니다.

어머님은
그렇게 하는것이 옳은것인줄 알고 사셨으니
아파도 이해하셔야지 어쩌겠습니까

남도의 도서 지역에서
흔히 보아왔고
또 일상처럼 익숙한
우리네 부모님들의 슬픈 현실을
이렇게 마주하니
마음이 먹먹합니다.

고둥 실컷 잡아다
쏘쿠리에 담아 주며
까라하시면 즐거워 하실텐데ᆢ

<span class="guest">이승자</span>님의 댓글

이승자 작성일

고생고생하시던 우리네 엄마들
콧끝이 찡 하네요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저희 엄마생각이
님의 글을 읽고보니 더 보고싶어지는 아침이네요.

우리모두 건강관리 잘하시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날들 되세요^~^

눈을 감고 잠시 엄마를 생각하며서 ...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얼마 전 TV에선가
큰 딸내미 생일 한번 기억한 적 없으면서
큰 딸내미가 데리고 사는 막내아들 생일이라며
생일 날 잘해 주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는,
매번 있었던 일이라 그냥 넘기려다가도
그날은 괜히 서러웠다는
큰 딸의 사연이 생각나네요.

그 딸들이 다시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지금은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환호가 터지기도 하지요.

우리가 걸어온 인생도 처음이고
어머님이 걸어가신 길도 처음이고
우리는 끝없이 아쉬운 발자국을 남기고 가야 하는데
너무 지치지 말고
너무 아프지 말고 살기로 해요
늘 응원합니다 ~♡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글을 보며 중간 중간 그냥 멍하니 앉았다가 다시 읽었네요.
이해 못할까 친히 주석까지 달아주는 친절한 시스님 욕 보십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엄마라 불러 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으니 좋은거지요.
멀리 살아 자주 못 뵜었으니
자주 원 없이 보시고
가실 때 배웅하셔야지요.
자리 비켜 주신 오라버니는 다시 금방 엄마랑 재회하실터이고
오히려 길고 긴 이별은 시스님 차지이니
알아보든 말들 막내 재롱 원 없이
부려 보시지요.
전 20년하고도 한 참 못 센 숫자만큼 오래 전 떠나 가신 엄마의 기억은 희미하고
미운 정 고운 정인지 시어머니 생각이 자주 나네요

달무리님의 댓글
고둥 잡아다가 삶아 까시라하면~~
저절로 입 꼬리는 올라 가고
고개는 끄덕여집니다.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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