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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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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393회 작성일 24-03-1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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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떨었더니 8시 20분 첫배에 오르게 된다.
귀향 전만 하더라도 고향집은 체류기간이 넉넉한 생활지도 아니고 부모님 생전에 명절 인사나 병문안 등으로  다녀가는 경우에도 채워지지 않는 심리적 죄송스럼 빼고는 오고 가는 일에 크게 신경 쓸일이 없었다, 

지금은 한 몸 간수하기 위해 하나 둘씩 늘어난 살림살이로 어디라도 가려면 챙겨야 될 일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25분 후 배는 돌산 신기 항에 도착한다.
40분 정도 걸리는 여수에서 친구들과 아침식사를 산골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정갈하게 나온 찬이며 담백하고 맛이 깊은 장어탕에 아침을 거른 시장끼가 미각을 돋운다.

주구들이 떠드든가 말든가 장어탕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같은 처지의 옆구리 생각이 나서 박스 하나 포장 주문을 한다.ㅎ 

차나 한 잔 더 하고 가자는 걸 달래서 보내고 수산물 시장에 들러 여수꺼라 하면 뻑가는 팬들을 위해 각종 건어물을 구매하여 트렁크에 싣는다.

중앙동 로터리를 돌아 여수역 방향으로 가는데 진남관, 옛시청, 여수고, 역전거리, 오동도, 자산공원 등 잊지못할 거리가 주는 옛 시절의 정감이 오버랩되며 배고프고 철없던 유학시절의 회상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풍랑주의보로 인해 보급이 중단되어 보름 가까이 멸치만 먹고 질리다 보니 지금도 잘 먹지 않은 트라우마 하며, 

수정동에 흙으로 쌓은 돌담집에서 자취를 했는데 외부에서 보면 외양간 같이 보였고 함석으로 만든 허름한 대문은 열고 닫을 때마다 양철북처럼 나는 소리는 청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집이 대로변에 있었기에 등하교 시간이 되고 하얀 칼라의 여고생들이 무리지어 가면  양철 대문을 빼꼼히 열어보고 그녀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숨밖꼭질 하듯이 들고 나곤 했다.

그마저도 호강으로 여길 수밖에 없던 시절의 철부지 자존감이 가오밖에 없는 어설픈 자존감이란 것을  먼 훗날 알게 된다. 


차창에 주마간산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고속도로의 앙상한 풍경들은 봄으로 치장될  터지만 언제부턴 가 올라가고 내려올 때면 혼자라는 쓸쓸함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천안을 넘어 서자 예상했던 대로 차량이 정체되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이전 같으면 '이놈의 차들' 하면서  짜증이 밀려들었겠지만 이제는 그러든가 말든가 별 조바심도 나지 않는다.
 

도심으로 다가 갈수록 늘어나는 차량만큼 매연의 농도도 짙어진다.
천혜의 생태계에서 살던 사람에게는 공포스러울 정도다.
사는 곳 어디나 장단점이 있으니 화려한 문화나 생활 편린만으로 도시를 부러워 마시라.

고향의 건강하고 청량한 산야와 바다에 비할 수 없지만 서울에도 또 다른 오늘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홉 시간이 소요되는 긴 하루였다. 

어디서나 웃고 울며 아파하고 위로하면서 어우렁더우렁 사는 것이 도(道)이며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 꺼나. 

댓글목록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저요~~~
저도 지수님 팬 맞는디요^^
지금쯤 저 동쪽 어딘가에서
아침이라고 이불밖으로 나오시겠군요
출근하실 거 아니니 서울의 이불 밖은 무샤~~ 하시면서요.

지금부터 댓글 마치고 아주 열심히 동동거리고 살다 올랍니다.
도시의 거리는 종종거리며 빨리 움직여야 하니까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이불 밖은 무샤~ㅎㅎ
서울은 그렇지요
그래도
산벚나무님이 아무리 이불 속에 계셔도
풍문에서의 자유가 어느정도 보장 되어요~
이 시간 머릿카락이 부시시 엇박자를 내고
밤새 침대 매트 문양이
얼굴 한쪽에 탁본 되어 있어도
쇼파에 맘 부려놓고 뒹굴고 있어도 괜찮아요
누가 불쑥 문 열고 들어올리 없잖아요 ㅎㅎ

드디어 도시로의 확장
또 다른 느낌으로 너무 잘 감상했습니다.

<span class="guest">외기러기</span>님의 댓글

외기러기 작성일

고향의 공기가 깨끗하고 최고지요.
청랑한 산과 바다 자연환경도 그만이고.
안전운전 하시고
아름다운 인생 건강 지키며 사는게 최상의 도 아닐까요?

<span class="guest">소정</span>님의 댓글

소정 작성일

내려가실때는 쓸쓸함이
덜 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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