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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성칼국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안개 조회 410회 작성일 24-04-25 17:5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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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사하고 이쁜날

봄을 시샘하듯 날궂이를 한다.

이틀전 봄비로 인한 여운인지

허리통증으로 한의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


키가 크시고 풍체가 좋으신 할부지는

워낙 부지런하시고 깔끔한 성격으로

밭으로 논으로 산으로 집승들을 키우시며 

솔고지등을 오르내리시는 고단한 삶이 셨지만 

출출할때 술참으로 한잔씩 마시는 막걸리가 유일한 낙이셨다.


어린 손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식구들을 위해 밥을 지으면

살그머니 정지에 들어 오셔서

불살게로 불을 붙여주시고

나무에 불이 붙지 않도록 솔가래 하나 없이 정갈하게 쓸어 주시며

밥이 다되어 솥뚜껑이 흘리는 눈물까지도 깨끗하게 훔쳐서 부뚜막에 앉은 재까지 쓸어

윤기가 날 정도로 주변 정리를 해 주셨다.


샛바람 부는날

굴뚝에서 들이치는 역풍으로

불은 붙지 않고 시커먼 연기에 눈물만 쏙 빼는날

부지갱이로 아궁이를 휘졌어 화풀이를 하면

울할부지는 마술쇼를 하는 사람처럼

나무를 들썩이며 후후 입바람을 아궁이에 넣어

금방 불이 일어나 밥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다.


농사일이 없는 겨울에는

양지바른 곳에 앉아

나무를 잘라 지게를 만드시고 새끼를 꼬시며 농기구 손질에 여념이 없으신할부지 옆에서 

할부지께서 만들어 주신 닭장에 어미닭이 달걀을 품고 부화시킨 

병아리들을 돌보는 광경을 보며 자랐다.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

가족들을 돌보기에 몸을 사리지 않으신 할부지께서는 

정기적으로 허리를 다치시는 일이 발생 하셨다

허리병은 고질병이 되어 할부지를 괴롭혔다

병원도 의원도 없는 섬

의술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섬이지만

살아가는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그럴때면

큰며느리인 엄마께서 분주 해 지신다

솔고지로 올라 가셔서 습한 곳에 자생한 천남성을 채취해와

천남성의 독성을 희석한 다음 밀가루 반죽을 하여 칼국수를 끓여 할부지께 드렸다

사나흘 하루 한끼정도 천남성 칼국수를 드시던 할부지는 

거짓말 처럼 허리병을 툭툭 털고 일어 나셨다.


독성이 강한 천남성을 잘못 다루면 

엄마의 손바닥 껍질이 벗겨 지거나 부르트는 일도 발생하였고

할부지도 입안이 헐거나 물집이 생겨 고생하시는 경우도 있으셨으나

할부지의 허리병 치료제로는 독성이 강한 천남성이 최고였다.


엄마는

산속에 땔감을 마련 할때도 산마물을 채취하러 갈때도 

때깔이 고운 천남성을 발견하면 채취해와 뒤안에 심어 정성껏 키우셨다가

할부지 허리병이 도지시면 용이하게 사용 하셨다.


얼마전 무리해서 재발된 허리에 

신경차단술 시술을 하게 되면서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천남성 칼국수를 먹고 구들장 아랫목에 허리를 지지고 

거뜬하게 일어 나시던 할부지 생각이 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바가 없는 민간요법이라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울가족이 유일한 증인이라 할 수 있겠다.


허리병으로 고생하시던 할부지 

너무나도 다정다감 하시던 울 할부지도 그립고

할부지 수발드시며 고생하시던 큰며느리인 엄마도 보고싶은 

옛날 그옛날이 그리운 날이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독성 강한 첨남성을 요리해 드시고 
허리병이 나아지셨다니 정말 다행인데 
알게 모르게 간은 무리가 갔을 것 같아요. 
그 독한 천남성을 손수 다듬고 요리를 하셨다니 
어머님은 정말 대단한 효부셨네요.  
안개님 아픈 허리가 차도가 있어서 
어디든 훨훨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조선 숙종이 장희빈에게 내린 사약이 천남성 가루였다고 하더라구요.

독성이 강한 약초라서 아이들은

천남성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어른들께서 단속을 야무지게 하셨지요.

다행이 할부지는 장수 하셨는데

아마도

밀가루 반죽을 할때 비율이 중요한듯 합니다.

그시절은 모두 그렇게 사셨죠~~


<span class="guest">산수</span>님의 댓글

산수 작성일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어쩜 제 조부님 얘기를 하신것 같아 가슴을 쓸어냈군요.^^

제 조부님도 노년에 신경통에 가슴앓이를 하셨는데

통증이 심할때면 그렇게 천남성 뿌리로 죽을 만들어 드셨어요.

우리 집이 처음엔 잘 살았는데 태풍 해일에 사업장이 풍비박산 떠내려가

그 빚으로 인해 할머니 할아버지 고생 무지 하셨답니다.

동네에서 ;도채비할아쎄'로 불리울 정도로 키가크고 힘이 장사셨는데 무너진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 너무 고생을 하시다보니 그런 병을 얻어,,, 돈이없어 약도 치료도 제째 못받고

오직 천남성 뿌리로 버티셨지요.

그러다보니 할머니는 산에서 천남성 뿌리를 캐다가 마당가 여기저기 심어 키우셨고

내 어려서 천남성 꽃을 따먹고 그 지독한 통증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처질 정도군요.

요즘이야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거뜬히 먹고사는 시대가 됐다지만 그때는 한번 망하면 

3대까지 영향을 받아 제가 3대째인것 같습니다. 인제 지독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고 싶습니다.

안개님 너무도 잘 쓰신 글속에서 어릴적 늘 제곁에 계셨던 조부님모습이 그려지고

좋아하시던 염소며 그때 마당가에 닭들까지.. 많은것들이 생각나게 되는 밤시간이군요.

평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예전 고서에 따르면

천남성은 중풍을 낫게하고

담을 삭히며 가슴을 평안하게 하는

효능이 있었다고 하니

울할부지 허리병에도

산수님 조부님 신경통과 가슴앓이 병에도 효과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옛날

천남성과 밀가루의 적절한 배합을 지혜롭게 하셔서  효과를 보신듯 합니다.

오늘밤은 

조부님생각으로 위로가 되셨으면 합니다.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우리 화단 한쪽 구석에도 천남성과 골담초 작약등이 심겨져 있었어요

뒷집 처럼 좀 이뿐 꽃나무가 심겨지면 좋을 듯 한데 어른들이 정한 화단 주인은 그런 약초들이었었지요.

이른봄 달래 캐다가 팔 때까지 

화단에 묻어 모으는 용도가 내가 차지할 수 있는 최대치였였네요.

<span class="guest">산수</span>님의 댓글의 댓글

산수 작성일

근데 미리내님 

안개님이 메인글 위에 올려진 천남성 사진은 우리집에서 키우던 천남성과는 다른종이군요.

울 조부님 드신 천남성은 두루미천남성이라고 키가 두루미처럼 쑤욱 크면서 잎사귀가 여러개였어요.

모양도 꽃 못지않게 잘생기고 이뻤지요. 그니까 관상식물로도 훌륭했는데 미리내님 화단의 천남성은 어떻게 생겼드랬는지

알고 싶군요.^^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span class="guest">산수</span>님의 댓글의 댓글

산수 작성일

같은건진 모르지만 이렇게 생겼었죠.

꽃 모가지가 엄청 길게 올라왔던,, 그래서 이쁘게 생긴 천남성..

아직도 고향집 화단엔 그 후대들이 자라고 있더군요.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열매는 빨갛고 잎은 미리님께서 말한 것이 맞는것 같은데

네이버에서 한참 검색을 해도 못 찾겠네요.ㅎㅎ

이건 맞을까요?

산수님께서 올려주신 빼빼 날신쟁이 천남성도 아닌것 같은데~~ㅎㅎ

<span class="guest">산수</span>님의 댓글의 댓글

산수 작성일

사진상으로는 줄기가 길쭉하고 가늘어 보이지만

큰것은 줄기가 손목 굵기에 주먹크기 정도 뿌리가 달렸답니다.

그늘에서는 꽃대가 초록이어도 햇볕 쬔곳에는 자주색 섞여있죠.

늦봄 비온 뒤 두꺼운 죽순처럼 쑥쑥 돋아나는걸 보곤 했어요. 

심포 제당산 뒷편 다시랑 중턱에 많았었지요.^^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 작성일

저렇지 않았죠

푸른색도 보라색도 감도는

이쁘게 생겼었는데

어려서 보고 못 봤어요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의 댓글

미리 작성일



큰 천남성이

보랏빛이 있어요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미리님 화단엔 고급약초가 자라고 있었네요

골담초 작약 천남성 달래까지

희소성이 있는 것으로다.

겨울이되면

엄마하고 약초캐로 산천을 누비고 다녔는데

자연이 내어준 많은 것들이 감사하네요.

<span class="guest">오아시스</span>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천남성이 독성이 강해서

산에 나물 뜯으러가거나 소풀먹이러 가더라도

근처도 못가게해서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는 천남성이 

그런 효과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허리통증은 몸에 축인지라 아무것도 할수가 없지요

치료 잘 받으셔요


할아버지의 고질병을 고치려는 며느리의 마음에

효심 가득입니다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시스님 고마워요

힘이 납니다.^^

천남성의 용도가 다양 했을것 같아요.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는 말이 있듯

섬에서는 천남성을 조심스레 다스려 좋은 약으로 쓰여 졌을것 이란 생각입니다.

어린아이들은

근처에도 못 가게 하고

빨간 열매는 만지지도 못 하게 하셨죠

우리들도 그랬어요.

그래서

어깨 넘어로 봤답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작성일

안개님은 어찌도 이리 글을 잘 쓰시는지요?

참으로 정겨운 풍경이 그려지네요~~^^

천남성이 피면 참 예쁘기도 하지만 독성이 강해서 

먹으면 큰 일 나는줄 알았는데 독성을 잘 다스려서

시부님께 칼국수도 해드렸었군요~아마도 자부님의 

효성으로 천남성 칼국수 드시고서 허리가 조금은 나아진거 같습니다.

울 안개님도 허리 치료 잘 받으시고 얼릉 나으셔요~^^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향기언니의 칭찬으로 오늘 밤 잠이 올려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제가 글을 잘 쓰는게 아니라

지난일을 그림을 그리듯 그린 그림이

언니가 공감하는 부분과 겹쳐서 

그럴것 같습니다.

언니의 응원 감사합니다

힘을내어 열심히 자세교정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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