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고싶어도 아내에게 말하기가 어려워 말을 못하다가 북한의 97년, 위기를 맞았습니다. 황해도 사리원역에서 나는 무서운 기아현상을 목격하였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굶어죽고 사람들이 기차를 먼저 타려고 무리를 지어 나가다가 발에 마구 짓밟혀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장사를 하다가 망하여 꽃제비나 다름없이 아내와 함께 사리원에 와 보고, 이것이 북한 현실이고 비참하게 망할 때가 온 것같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 꽃제비 소녀는 죽은 남동생의 입에 군인들이 준 빵을 먹여주며 이름을 부르면서 “먹어, 먹어, 배고프다 했잖아!” 하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이 소녀는 동생이 죽은 줄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청진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지만 나의 눈으로 굶어 죽은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꽃제비들의 시체가 사리원 역전 광장에 넘쳐나자 쇠갈고리로 시체를 끌고 가서 자동차에 실어 갔습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친구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집도 먹을 것이 없어서 내가 온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다시 기차를 타고 청진 우리 집에 와서 열병을 앓기 시작하여 15일간이나 우리 부부는 굶었습니다. 이때 저의 어머니가 오시어, 우리 부부와 딸을 구원하여 주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산에 가서 먹는 풀이라고 생긴 것은 다 캐서 우리를 먹이고, 약초를 캐서 시장에 팔아서 사온 강냉이 가루 1Kg을 풀과 함께 먹이며 우리를 간호하셨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캐온 약초뿌리를 우리부부는 막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막대한 돈을 들여도 죽는 병이라고, 북한에서는 북한돈 1만 원짜리 병이라고 불리던 파라티브스가 깨끗이 나았습니다(북한돈 1만원의 화폐 가치는 한국돈 60,000원이고 생존가치는 한국 돈 수백만 원에 달함).
모든 열병을 앓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간기능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열병에 먹는 약도 간에는 치명적입니다. 그러니 의학적 무기술과, 무능한 북한병원에서는 많은 열병환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하느님이 우리를 살리셨는지 몰라도 돈이 없어서 풀만 먹었더니 그것이 약이 되었습니다. 그때 먹었던 풀의 성능과 약초의 성능을 분석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고열과 감기의 예방과 치료 건강식품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나만의 아이디어를 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후유증으로 성기에서 피가 나오고 눈을 잘 못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 병이 좀 호전되자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굶어 죽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병 후유증에 굶어서 걷지 못하고, 나도 병신이니 딸을 먹여 살리기가 너무 어려워, 달래서 구호소로 보내려 하자 안가겠다고 울기에 때려서 보냈습니다. 구호소에 가면 하루 세끼 밥은 주겠지하고 딸을 보냈지만 사실 북한 아동구호소는 아동 감옥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감옥에 보낸 것입니다.
딸을 보내고 우리는 먹고살기 위하여 산에 가서 어머니가 캐던 약초도 캐고 풀도 캐서 먹고하여 목숨을 부지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초를 캐다가 작은 나무 밑에 누웠습니다. 하늘은 노란색으로 물들어 보이고 구름은 빙빙 돌아갔습니다. 이때 나는 이것이 저승으로 가는 길이구나하고 생각하는데, 내가 누운 머리 쪽에 까마귀가 까욱 까욱 하며 울었습니다. 까마귀는 내가 죽은 줄 알고 내 눈을 파먹으려고 온 것이었습니다. 이때 아내가 와서 까마귀를 쫓아 주었기에 소경은 면하여 지금 글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이 굶어 죽는 것이 사실인가하고 묻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지금, 이 글을 많이 써봤자 이해도 못할 것같아 슬퍼서 글도 잘 안 써지네요.
성기에서 피가 나오고 눈이 안보여 나는 집에 누워 있고, 아내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두부를 만들고 두부밥을 하고 시장에 도매하고 산에가 나무를 해왔습니다. 다음날 영업 준비를 위하여 불에 탄 나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내는 얼굴에 흙탕물 같은 땀을 흘리며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힘든 기색 하나도 없이 나의 아내는 얼굴에 묻은 땀을 흠치며 나를 보고 웃으며 “많이 아프지요. 얼른 밥을 지워 드리지요”라고 하면서 나를 위로하였습니다. 북한의 자랑하는 무상치료는 받아보지도 못하고 성기에서 나오는 피와 눈은 아내의 사랑으로 치료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구멍에 편도염이 나더니 곪아버렸습니다. 먹지도 못하고 열은 39도씩 오르내리고, 먹을 것은 아내 혼자서 구하자니 살아가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약을 구할 생각도 못하였습니다. 아내가 나의 목구멍에 드라이버를 갈아서 불에 달구어 곪은 상처를 뚫자 고름이 한 컵 정도 나왔습니다.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랑의 힘으로 나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나는 눈이 멀어보았고, 배가 고파보았고, 속이 쓰려보았고, 수모를 받아보았고, 도적질 아닌 도적질도 수 없이 하여보았고,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어도 보았습니다. 북한에서는 굶주림이 있는 곳에서는 모든 범죄가 병행합니다. 북한같이 모든 걸 나라가 다 갖고, 백성들을 굶어 죽이면 도적질을 안 할 수 없습니다. 도적질을 안 하고 살아서 한국에 온 탈북자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나 탈북자들이 이 글을 보고 “너하고 나는 달라” 하겠지만 인간은 하느님이 똑같게 만드셨다는 것만 알면 나를 욕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성당에 다니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나는 의인을 구하려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구하려 왔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접하고 “아하, 나도 죄를 사함 받고 새 사람이 될 수 있구나” 생각하고 북한에서 지은 죄를 다 사함 받자고 성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혹시 탈북자들 중에 “나는 너하고 달라” 하면, 그는 분명히 나쁜 사람이며 한국 사람 중에 “탈북자는 도적 무리였군” 하면, 그들은 지옥에 가서 벌받을 것입니다. 북한 사람치고 도적질을 못해 봤다고 하면 정말 거짓말쟁이입니다. 아마 황장엽 선생은 못해봤겠지요.
그러나 군대 대학 돌격대 생활을 하면 배고픈 것이 제일 힘든 일이여서 국가 밭에 가서 강냉이와 감자를 도적질해서 먹어야 배를 채 울 수 있기에 북한은 전 민이 도적인 것입니다. 북한에서 주는 배급으로는 절대로 못 살아요. 어른이 575g의 식량과 10g된장, 100g의 배추를 하루 먹어야 하고, 기름과 고기, 육유, 두부는 1년에 4번 즉, 김일성의 생일과 김정일의 생일, 국경절, 북한 노동당 창건일만 먹기에, 북한에서는 도적질을 하여야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1997년 6월, 어느 날 해가 중천에 삐치고 있는데 갑자기 온 대지가 컴컴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아하 일식인가” 하고 몽상 중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식이 천천히 어두워 졌다가 다시 밝고 그렇게 하기를 수 번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참만에야 일식이 아니라 나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죽자니 억울하고 분하여, 보이지 않는 눈으로 다리를 질질 끌고 산에 가서 농장 소를 잡아먹고 죽으려고(북한에서는 소를 죽이면 총살함) 결심하고 소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소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소도 약한 나를 알아보고 코에 낀 노끈을 잡아 당기여 나는 뒤로 벌렁 자빠지고 말았습니다. 소도 ‘이놈 너에겐 안 먹혀’ 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고기라도 실컷 먹고 죽으려던 나의 뜻은 실패하고 나는 왜 성성할 때 소를 안 잡아먹었을까 하고 후회하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병간호를 하고 가신 후 우리는 4일을 굶고 나는 아내에게 쌀 한 홉만 꿔오라고 하자 아내는 거절하다가 어디 가서 펑펑이 가루(북한에서는 강냉이 변성가루를 펑펑이 가루라 함) 한 홉 을 가져와 열병에 걸리기 전에 심었던 호박잎을 따서 같이 가마에 넣어 끓여 먹었습니다. 호박과 순과 여린 잎은 남이 따가고 시들어 버린 잎을 가져다 먹었지만 기운이 났습니다.
그날 밤, 저는 회사에 가서 자동차 휘발유를 2Kg 가져왔습니다. 휘발유 2Kg이면 강냉이 8Kg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것이면 강냉이를 바꾸어 좀 먹고 산에 가서 나무라도 해다가 팔 수 있다고 좋아하였습니다. 내가 칼하고 도끼와 휘발유통을 들고 나가자 아내는 나의 마음을 알고 강하게 말리며 어르고 달래는 것이었습니다. “여보 독한 마음을 먹지 말아요. 내가 나무를 팔아서 당신을 살릴테니, 여보, 제발…” 하며 매달리는데 나는 “재수없이 남자의 길을 막지 말라”고 하며 도끼를 들고 치려고 하자 아내는 울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울면서 속으로 ‘아내를 굶겨 죽일 수밖에 없는 남자는 사내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인생에 처음으로 도적질을 하려 밤길을 걸어갔습니다. 가져간 휘발유를 농장 염소농장의 창문과 출입문에 뿌리고 내몸에도 뿌리고, 어린 시절 배운 대로 출입문과 창문을 봉쇄하고는 염소가 있는 창고문을 부셨습니다. 그 다음 염소 두 마리를 도적질하는 데 성공하고 산길을 수 십리 달려가서 내장을 도려내고 고기를 시장에 가서 팔았더니 5000원이라는 거금이 생겼습니다. “아! 나는 살았다”라고 생각하고 다시 내장을 가지고 집에 갔습니다. 도적질한 돈으로 쌀을 구입하여 염소 내장으로 고기국을 먹고, 우리는 사흘 동안 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내가 비양심과 개같은 마음으로 가족을 살리고 있을 때, 염소를 잃은 경비원은 우리와 같은 열병을 온 식구가 앓고 있었습니다. 내가 도적질을 할 때 그들은 염소 우는 소리를 듣고도 열병에 지쳐 일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그때 그들이 염소 우는 소리를 듣고 나왔더라면 나와 함께 불에 타 죽었을 것입니다. 미안한 마음과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훗날, 진심으로 공개 사과하고 통일이 되면 그들에게 보상할 것입니다.
내가 염소를 도적질하여 내장까지 끓여 먹고 있을 때 우리 옆집에 사는 방성일이라는 경찰이 염소를 도적질한 범인을 잡으려고 밤을 밝히고 다녔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말한 ‘등잔 불밑이 어둡다’ 는 말은 이때 쓰는 것 같았습니다. 이리하여 북한에서 말하는 고난의 행기군의 97년을 우리도 이겨내고 삶의 새로운 괘도를 따라 나섰습니다. 도적놈이라는 자책감도 없이 살아났다는 희열로 다시 새 생활의 98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때 내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동생이 기차 길에 누워 자살하기 전에 나에게 한 말이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놈의 사회는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못 사는 나라이다. 형님은 아버지, 엄마처럼 살지 말라. 세상은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형님은 너무 약해. 꼭 잘 살아 봐.” 했던 것입니다. 또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막내 동생의 시신을 보고 ‘나는 절대로 자살은 안 할 거야’ 하고 결심했기에 모든 것을 이겨내고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당 간부는 당당하게 도적질 해 먹고, 행정 간부는 행패를 부리며 도적질 해 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도적질하고, 안전원은 안전하게 도적질하고, 노동자는 노골적으로 도적질 해 먹고, 농민은 농후하게 도적질 해 먹는다”라고 말합니다. 군대에서는 “사단장은 사정없이 도적질하고 연대장은 연속적으로, 대대장은 대대적으로, 중대장은 중간 중간, 소대장은 소극적으로, 분대장은 분수없이 도적질하고, 병사는 병들어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이렇듯 북한에서는 도적질 없이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사실 제일 먼저 굶어 죽은 사람들은 양심 있는 하층 엘리트들이였고 고지식한 노동자, 농민, 지체 장애인들과 노인들과 고아들이였습니다. 10년 동안 북한처럼 한국도 먹을 것이 없었다면 도적질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 굶어 죽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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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글: 이 땅에 좌익세력들이여! 무조건 통일만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은 앞 뒤 분별없는 위험한 도박이다. 위의 글을 읽고 어떠한 통일이 바람직한 통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대한민국 사람치고 통일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통일을 위한 연방제니 어떠니 무조건적 감상적인 생각에 치우치기 보다는 우리가 과연 어떠한 통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생각을 더 염두해 두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