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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남중학교

울엄니와모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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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정순 조회 156회 작성일 07-08-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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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이면 깊은 사색에 잠긴다
마루끝에 앉아 떨어지는 낙수를 바라보며
떨어지며 기포를 만들어 내는 물방울을 보면서
엄니의 철커덕 철커덕 베짜는 소리를 듣는다.

시골의 농부들은 여름이면 더욱이 일손이 바쁘게 돌아간다
고구마 순을 내어 고구마를 심어놓고
어느덧 뿌리를 내리고 작은 씨알들을 품을때 쯤이면
장마가 시작된다.

동네 아주머님들은 이때를 기다렸다가
도시에서 들어오는 모시풀(모시재료)을 말리고
옹기종기 사랑방에 모여서 일일이 사람의 입으로 가늘게 째고 다시 이어 붙이는
작업을 거쳐서 모시굿(기다란 모시실)을 탄생 시킨다.

간식거리인 감자를 찌거나 엄니의 잔심부름을 다니면서
아주머님들의 속살인 허연 허벅지를 보노라면
(태양에 그을린 겉모습은 모두가 까무잡잡하다)
저렇게 속 살결들이 좋았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게 생각 했었다
아주머님들의 허벅지가 벌겋게 까지고 딱지가 앉아도
모시굿의 작업이 끝날 때 까지는 결코 중단하지 않으셨다.

모시굿을 베틀에 올릴수 있도록 한필의 가로폭 너비에 말게 정리하여
날실을 만드는데 이것을 모시 날기라고 한다
날기 작업을 마친 모시는 다시 붓을 이용해 콩물을 먹이는 메기과정을 거친다
죽처럼 만든 콩물을 먹이면서 실을 한 가닥 한 가닥 가늘고 균일하게 정리하는 작업인데
울엄니는 한쪽 구석에서는 콩풀을 끓이고, 마당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탄탄하게 모시굿이 처지지 않도록 화로불을 은근하게 피워노은 상태에서 작업을 했다
이작업을 할때는 얼마나 더운지..이글 거리는 태양이 얄미웠다

북이라는 자그마한 나무틀에 넣어 베틀에 끼워 짤 수 있도록
모시의 씨실이 되는 꾸리를 만든다음
콩물 먹여 메 놓은 모시를 베틀에 올리고 꾸리를 북에 넣어 한 올 한 올 모시를 짠다
엄니는 작은방에 베틀을 설치하고 베틀에 앉아서 작업을 하시면 3~5일 동안은
음식을 거의 드시지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으시며 잠도 잠깐식 한숨 돌리시고 베틀에 앉아 계셨다
모시를 한필을 만드는데 짜기 과정만 꼬박 3~5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필을 만든후에 큰가위로 잘라서 돌돌말아 보관을 한후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깊어가는 여름이 끝나기전에 또 다시 베틀에 앉아
철커덕 철컥, 컬커덕 철컥, 철커덕 철컥......
한여름밤의 베짜는 소리는 울엄니에게는 고단한 소리요, 천지를 모르는 우리들에겐
시원한 여름의 소리였다

솔바람을 품은옷
곱디고은 자태
한 벌이면 무더위가 가뿐 한 옷
복더위에 우리 조상들은 현명하게도 모시 옷을 입었다
잠자리 날개처럼 결이 고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지만
한번 입어본 사람은 다른 옷을 다 마다할 정도로
서늘한 감촉이 일품인 우리 옷이다
모시는 청초하고 섬세하고 톡톡하고 깔깔하다.

울엄니는 고단한 몸을 베틀에서 내려 노은 다음
섬세하고 잘 짜여진 모시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시옷을 손수 만들어
여름을 지내도록 해 드렸는데
할아버지, 할머님은 엄니가 만들어 주신 새모시옷을 입으시고 동네를 한바퀴
휘휘 돌아 오시곤 하셨다
짜투리로 베개커버도 만들고 상보도 만들고....
계속되는 여름장마에 울엄니의 향기가 난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장정순</span>님의 댓글

장정순 작성일

울엄니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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