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잊으세요..

마음속에 숨겨둔 그리움 덩어리들을 조심히 꺼내
내 안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며
뜨거운 햇빛에 말려봅니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랑한 날들을 조심히 꺼내
내 속에서 씻겨 내려가기를 바라며
거센 빗줄기 속에 던져봅니다.

많은 시간 속에서도 사그라지지 않는 그대를
잠든 꿈속에서도 잊혀지기를 바라며
소복이 쌓인 눈 속에 묻혀봅니다.

햇빛이 유리창에 가득 깃 드는 날에도
포근한 미소로 찾아오고
빗줄기 따라 창문을 두드리며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봄, 여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하얀 흰눈 앞세우고
그대는 눈사람이 되어 삐긋이 웃으며
나를 찾아오겠지요.

난,
난 더 이상 그대를 잊을 수 없으니
그대가 나를 잊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