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여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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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희 조회 819회 작성일 02-12-07 17:15본문
*섬마을 여선생님*
이른 봄
두꺼운 외투에
큰 가방 두 개.
꽃다운 선생님이
교문에 들어서고 계십니다.
갯바람에
움추린 마음
다문다문 섞인 설레임.
어느 날, 선생님은
먼 산을
한참동안 쳐다보고
서 계십니다.
그 날은
철없는 제자들의
성적표를 받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연두 빛 싹이
여리게 트고 있던
초년의 성적은
거친 파도 위 작은 돛배처럼
아득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 때의 제자를 이해하며
선생님 가슴에 자리잡던
퍼런 멍울이 사라지셨는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
외진 언덕
빨간 산딸기에 반해
소박한 마음 들켜 주시던 선생님.
나른한 오후,
섬 소녀들 가슴에
꿈결처럼 불러주시던
인어 이야기.
그 때처럼
아직도 그 노래를 부르고 계시는지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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