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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


비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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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동호 조회 511회 작성일 23-03-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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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천지를 흔들던 바람이 잦아졌습니다. 가니 아니하던 이른 배 길이 열립니다. 그 짧은 틈 놓칠세라 김밥에 된장국물, 회 무침에 막걸리 한 판이 벌어집니다. 내 속은 따뜻한 물 밖에, 커피 한 잔도 좋습니다. 천마산 오른 넘어 큰 해님 앞으로 하고 돌산 신기항으로 향합니다.
옛적에 진짜 금이 났다는 금천입니다. 전국 최고의 굴 생산지였지요. 방답진성, 돌산향교, 거송 길가로 누운 돌산초교 지나니 화태 연결다리가 한창입니다. 질 좋은 청정 가두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주차장 넓은 여객터미널 안으로 비렁길카페가 길손들 출출함을 달래줍니다. 무인민원발급대 또한 가족확인등본을 바로 발급받게 해줍니다. 그래야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안전 확인이죠.

대단한 준비입니다. 온라인 서비스 최강 대한민국 여수입니다. 큰애기들이 셋이나 근무할 정도로 대합실 안이 북적거립니다. 유명 비렁길 상품이 만들어 낸 일자리에 먹거리 덕입니다. 각자 승선권에 신분 확인을 거쳐 9시10분 출발, 붕~붕~ 기대가 됩니다. ‘바다색깔이 깨~끗 하다. 그냥 풍덩 빠지고 싶다’는 소리가 더해집니다. 금단이 신기항에서 여천기미까지 삼 십여 분이면 됩니다.

비렁길 일 코스를 찾아갑니다. 함구미 행 미니버스 안에서 누구의 소리입니다. ‘요 동네 상수도 땜에 무지 고생한데네, 천지가 누수여’ 기미 구미는 포구, 함은 크다는 뜻이고 초포가 두포, 까치섬이 작도가 되었습니다.

돌담길을 돌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미역널방, 지게에 해풍 실린 미역을 따와 말렸다는 곳입니다. 그 위에 오랜 묘지도, 바윗덩어리 딱딱 않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금오도의 바람 햇살 바다’ 길쭉 조형물 여럿이서 녹이 슬어가고 있습니다. 멀리 나로도우주발사대, 평도, 손죽도가 들어옵니다. 수달피비렁에 깨 벗은 느릅나무에 옆구리 걸쳐 찰칵합니다. 삼송광 터, 옛 초분 지나, 수 백 년 비자나무에 콩난 오르고 신선대에서 차 한 잔, 불러도 대답 없습니다.

바람골의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넘실바다 내려 보며 바위 사이 틈을 내어 자리한 오가피낭구도 있습니다. 독팍길 내리막 걸어 금갈치 바다 빛을 담아보고 시누대사이길 좋아 잠시 칼멘 봉사합니다. 갯가 아짐들 허리 굽혀 무얼 하시는지 미역냄새 찐하게 전해옵니다. 점심때가 가까워졌다는 코 알림일까요? 바람이 있는 바다입니다.
꼬랑지 흔들 얼룩배기 땅개도 반겨줍니다. 벌채를 금지했던 봉산(封山)의 하나, 아름드리 소나무 늠름 큰 자태입니다. 금오도 청정상수원 지나니 누구 손님 ‘금오도에도 논이 있어요?’그러시자, ‘저수지가 세 개나 있소’가 답입니다. 상록수식당에 한 상입니다. 부채손거북손 배말 금복 참고동 굴맹이, ‘합자 열합 섭’ 홍합의 다른 말 담치주 맛 더 합니다. 자연해풍기운 듬뿍 받고 주머니에도 담아갑니다. 큰 보약에 하초가 튼튼해지는 듯합니다. 그 기운 그 냄새를 새 날에 또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 배길 다시 여천기미로 왔네요. 방풍자장면 현수막 보고서 나가는 배에 오릅니다. 앞으로 향일암, 그 옆으로 애기섬입니다. 여순사건 어느 날 돌 끝에 메달아 빠쳤다는 그 바다, 왜요 누가? 잘 난 사람 그 때 다 가셨다고 합니다. 그럼, 못난이들만 남았네요, ‘죄송합니다. 진짜 잘 살겠습니다.’ 그님들 몫까지 다 하려면요. 또 눈물이 나 네~요~~

배 안에 한 상이 걸게 차려집니다. 거북손, 자연전복 거멍 보따리가 풀어집니다. 챨리 천 마나님 영덕정님, 명 카수 소개합니다, 하~나~두울. ‘내 나이가 어때서, 가야금 열두 줄에’ 또 다른 창가요~~ 선남, 은경, 후남, 젊은 뿌리 강혁, 미숙에 정선아리랑 나갑니다. ‘떴네 떴어 무엇이 떴나?’ 벌써 도착했어요, 금방입니다.
이미 갔네요, 취중으로. 나는 어떡하라고, 가야 되~는~데~~, ‘어디를요?’집으로 ‘ㄱ장님도 그러세요? 이 세상에 안방마님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옛 사람들도 그랬어요. 인선신사임당님 때도 똑 같았어요. 해풍 코발트빛 향기 듬뿍 가슴 안고 이제 나 홀로 방입니다. 바다 땀 냄새 다 씻어냈습니다. 그런데 오늘 중으로 집에 갈 수 있으련지요. 아무래도 한 숨 해야겠어요. 감기기 시작합니다, 내 눈이요.

좋은 공기 물 맑은 곳의 으뜸 벼랑입니다. 동네어르신들 땔감, 미역 나르던 그 비렁길을 만끽하고 반쯤 담아왔습니다. 마음 편히 나른하지 않게, 매서운 칼바람이 정신을 더 차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해산물 콘테스트는 Master chef 전문요리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지난 연말에 이어 일 코스의 추억을 또 만들었습니다. 누구 말씀처럼 멋진 하루였습니다.

Youtube에 명성황후가 사랑한 ‘금오도’가 떴습니다.
남면사무소 직원들이 만든 동영상입니다. 대단들 합니다. 말미에 작년 11월 제 느낌을 올려주셨네요. 고마움이죠,  ‘저작권은 저한테 있습니다.’ 했더니, 보내주셨어요, 아름다운 분들과 함께 공유했습니다. 이제 그 능력을 이용할 줄 아는, 활용할 줄 아는, 발휘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체력은 못 빌린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2015. 1.17. 써 놓았던 글을 드디어 올립니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직립보행을 거듭하는 문장 속에
제 기억의 비렁길을 소환하며
님의 뒤를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제가 콩란을 발견했던 그 어디쯤을
한참 머물다 가시네요
독특한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하는데
금오 열도산 3종 세트를 드셨다니
갑자기 부럽기까지 합니다.

비렁길 1코스를 다시 걸어본다면
제가 미처 알지 못한 풍경이
왜 이제야 왔냐고
버선발로 반길 것 같습니다

귀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
늘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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