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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


이야기로 풀어보는 비렁길 1코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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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제 조회 20,368회 작성일 14-04-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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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는 비렁길 중에서도 3코스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다. 함구미에서 초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행과 해안행이 이루어지는 참으로 멋진 코스이다.


오늘은 비렁길 1코스인 함구미마을에서 시작해 초포마을까지 가보고자 한다. 함구미 마을은 금오도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오래전에 안도에서 화재가 나서 주민들이 살기가 어려워지자 금오도에서 살 수 있도록 금오도 봉산을 해제 하자 함구미에서 가까운 섬인 개도에서 이곳 함구미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함구미의 서쪽 해안쪽으로 가다보면 드넓은 보돌바다쪽에 아름다운 9개의 동굴이 모여있는데 이 곳을 금오도 사람들은 아홉굴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아홉개의 굴이 있는 마을인 상징성으로 인해 이곳이 함구미 마을로 불리웠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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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바라본 용머리전경. 진짜로 용이 하얀 이를 들어내고 눈을 깜박이며 잠영하는 모습같다. 용두 마을은 용머리의 후면에 있다. 사진의 왼쪽 끝에 미역널방(미륵바위)과 절터가 있고 오른쪽에 신선대전망대가 있다>


함구미 해안을 끼고 산행을 시작하면 한적한 시골 향기가 피어오른다. 방풍, 마늘 등을 심어논 밭길을 지나면 소사나무, 동백나무 등이 우거져 있고 맑은 푸른바다와 파란하늘이 언뜻언뜻 보이는 숲길 속을 거닐게 된다. 오솔길, 시원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칠 즈음 동백대문이 우리를 반긴다. 아름다운 동백나무가 하늘로 자라올라 동백나무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그 동백터널을 지나면 이곳이 그 유명한 용두마을이다. 용두라는 명칭은 용의 머리라는 뜻의 한자어이다. 용두마을이 포함된 금오도 상부지역 전체를 서쪽 바다에서 보면 용이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고 용두마을이 있는 이 지역이 용의 머리에 해당된다. 이러한 지역에 위치한 이 마을은 자연스레 용머리 즉 용두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재미있는 얘기도 잘 지어내는 사람들이 사는 금오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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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마을 입구 동백대문. 저 대문입구를 통해 용두마을로 들어선다>


용두마을로 들어서면 약 10가구 정도의 폐가가 보인다. 아름다운 북동바다를 앞에 두고 대부산을 등지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그냥 보고만 있어도 머리가 맑아지는 힐링을 위한 최고의 휴양지 마을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곳에서 살던 초창기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으나 살기가 어려워지자 한명 두명 본 함구미마을로, 도회지로 떠나고 현재 모습과 같은 폐가로 바뀌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도 삶 앞에서는 무기력한 것인가?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런 안타까움도 잠시 곳곳에 너무 맑아 유광페인트를 칠해 놓은 듯한 동백의 새잎은 도회지의 탁탁함에 찌든 우리에게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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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마을 억새풀밭에서 바라본 개도와 봉화산 풍경. 한폭의 수채화같다>


항상 겸손하라는 동백터널을 통과해 용두마을을 넘어가면 억새풀 밭이 우리를 반긴다.  

살랑이는 바람에 억새풀이 인사를 한다. 

참으로 잔잔한 살가운 풍경이다. 이 억새풀밭에 서서 서서히 눈을 들어 보니 저 멀리 용의 코 끝 부분을 스치고 멀리 개도가 보이고 3백미터가 넘는 봉화산 자락 가파지른 단애가 구름처럼 바다 위에 피어올라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바다와 섬, 용머리의 전설을 함께 공유하는 이곳에 서서 이 기운을 느끼고자 잠시 눈을 감아본다. 섬의 향기를 담고 바다의 모이스춰를 싣고 넘어온 촉촉한 공기가 용의 코 끝을 간지럽히고 와서는 내 코끝마저 간지럽히고는 용의 등 너머로 사라진다.


잠시의 사색을 뒤로하고 신선대의 용머리 깊속한 곳으로 들어간다. 왼쪽에 염소들이 잠잘 수 있도록 만든 염소집 흔적들을 뒤로하고 드디어 금오도 서쪽해안의 아름다운 산책을 시작한다. 왼쪽으로 다시 꺾고 서쪽바다 입구로 들어서면 넓은 바위가 우리를 반긴다. 서서히 다가가 절벽 끝으로 가면 오금이 저려오듯이 직벽이 저 아래로 펼쳐진다. 단애 아래 바다를 쳐다보면 멀리 나로도로부터 밀려온 파도가 단애 사이로 부딪쳐 물방울처럼 사라지면 내 다리 근육도 그에 싱크로하여 떨림이 밀려온다. 보기에 두려워 잠시 뒤로 물러서지만 다시 보고싶은 욕구에 다시 다가선다. 이곳이 그 유명한 미륵바위(미역널방)이다. 참으로 단순한 이름이기도 하다.  미역을 널어 말렸다해서 미역널방이라니 참으로 우습고 잼나는 시골식 작명이다. 언젠가 이곳에 안전테두리를 하기 전에 아시는 분들을 모시고 온적이 있다. 그분들이 그 바위에 서서 부들부들 떨던 기억이 난다. 뒤로 물러서기에 한번 더 절벽가까이 가보라 했더니 오금이 저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고 했었다. 지금은 너무 안전장치를 확실히 해서 그런 자연적 인상을 주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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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널방에서 바라본 해안협곡. 수십미터 높이의 단애가 사람의 근육을 떨리게 한다>


이곳을 뒤로하고 함구미 뒷동산을 향해가면 억새풀밭과 대나무 밭, 동백나무 숲 등이 우리를 반긴다. 왼쪽을 돌아보면 용의 머리 중 용의 눈에 해당하는 바위가 시야를 사로 잡는다. 멀리 직포 앞바다 등에서 이곳을 보면 용이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이고 바로 이곳이 용머리에 해당하고 왼쪽 바위가 용머리 중 용의 눈에 해당하는 곳이다. 놀라운 것은 용의 눈 바위아래에 그 유명한 금오도 송광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선사께서 돌산의 은적암을 들리시고 이곳 송광사에 와서 수도를 하셨다니 이 역사를 어찌 해석해야할까? 저 먼시대 우리가 느끼기에는 너무 먼 천년의 시간 전에 그 분이 이곳에 오셔서 이 가파른 직벽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바위아래 울창한 숲속 절에서 수도하시다가 답답하기라도 하면 앞으로 나오셔서 이 가파른 해안 직벽 끝에 서서 창창한 보돌바다와 바다위에 떠 있는 나로도의 일몰을 보며 어떤 명상에 잠기셨을까? 보습골을 지나 미륵바위에 가셔서 그 위에서 합장하고 자연의 장대함을 느끼며 수도하셨을까? 그 분이 우리가 이곳에 올 것을 알고나 있었을까? 우리가 와서 얼굴도 모르는 국사님이 어떤 사색을 하였을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을 생각이나 하셨을까? 이곳에 그분이 발자취가 있다하니 이곳이 평범한 그냥 땅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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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님 주연의 영화 “하늘과 바다” 촬영모습. 여기가 금오도 송광사절터 앞이다>


그 끝에서서 나도 출렁이는 드넓은 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광도, 평도, 손죽도, 나로도 등을 쳐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세상사 시름을 잠시나마 잊는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신선대, 굴등단애, 직포의 매봉, 소리도 필봉산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넋을 잃게 한다. 

아. 저 해안. 절벽의 이어짐. 파란하늘과 섬들의 나열...

바다 위를 달려오면서 열기를 빼앗긴 시원한 바다바람은 속세에 찌들은 모든 생각을 잠시나마 가져가 버린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생각이 자유롭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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