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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여행 후기

억새밭도 있고 전설도 깃든,이 섬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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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사 조회 7,169회 작성일 11-03-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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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도 있고 전설도 깃든… 이 섬 참 예쁘다



■ 여수 금오도
해안절벽 따라 8.5km


여수에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린다. 동행한 문화해설사는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여수가 새롭게 보일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한반도 남단의 자그마한 항구도시 여수는 거꾸로 펼쳐진 지도에서 푸른 바다를 마당으로 가진, 넓고 아름다운 해양도시가 됐다. 여수 앞 바다가 꼭꼭 숨겨 놨다는 금오도에 다녀왔다. 이 섬 참 예쁘다.




인심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섬길
■ 해안절벽 따라가는 '비렁길'


금오도 이야기하기 전에 짚고 넘어갈 것 하나. 여수에 섬이 몇 개나 있을까. 유인도와 무인도 다 합치면 그 수가 317개다.
 전남 신안군 그리고 인천 옹진군 다음으로 많다. 이러니 뭍의 볼거리가 전부가 아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 중에는 비경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직한 곳들이 꽤 많다.




다음으로, 금오도는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져 있다. 지도에서 보면 돌산도 아래다.
 섬의 형태가 큰 자라를 닮았다고 해 금오도라 이름 붙었다. 여수의 섬들 가운데 백미로 꼽는 백도나 거문도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이에 못지않은 풍경과 정서가 이 섬에 있다. 오래전에는 숲이 울창하고
 사슴들이 무리지어 살아 조선 고종 때 명성황후는 이 섬을 사슴목장으로 지정해 출입과 벌채를 금하는 봉산으로 삼기도 했다.
 

최근에는 섬을 둘러보기 편해졌다. '비렁길'이라는 생태탐방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함구미에서 직포까지 총 8.5km 구간이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이름처럼 길은 높이 50m 내외의
  해안절벽을 지나는데 이 길에서 보는 풍경이 아주 장쾌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억새밭도 있고 전설이 깃든 절터도 있다.
  

길의 백미로 꼽히는 구간을 걸어봤다. 함구미선착장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 가는 약 5km 구간이다.
   출발점인 함구미마을은 소담한 어촌마을이다. 마을 이장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에 이 섬에 황금을 캐는 금광이 있었고 섬 서쪽으로는 아홉 개의 굴이 있었다고 한다
   .

'황금'과 '구멍'이 합쳐져 함구미가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섬 주민들은 함구미를 '아홉가지 아름다움을 머금은 곳'이라 믿고 있다. 문우순(76) 할아버지는 인심 좋고, 물 좋고, 경치 좋고… 꼭 아홉 개가 아니라 그만큼 좋은 것이 많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특히 물이 좋은데 병든 이가 이 물을 오랫동안 마시면 아픈 곳이 낫고, 부인들은 아들을 얻을 수 있다고 그는 자랑했다.
     

인심도 그랬다. 외지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담그던 김장 김치를 쭉 찢어 입에 넣어 주니 이방인의
      마음이 든든하고 푸근하다. 마을도 예쁘다. 돌담이 정갈하고 노랗게 매달린 유자 빛깔도 곱다. 언덕에서는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풍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방풍나물 밭은 아직까지 초록빛을 띠고 있다.
      

미역같은 해안절벽 독특하고 웅장해
      
■ 깎아지른 '미역바위' 백미


     

함구미마을을 지난 길은 곧 바다를 끼고 달린다. 볼거리 몇가지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가장 멋진 곳은 '미역바위'다. 해안절벽의 생김새가 마치 미역이 늘어진 것 같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절벽의 높이가 수십 미터는 족히 된다.
       발 아래로 보이는 고깃배가 아득하게 보일 정도다. 정면으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도 볼 수 있다. '미역바위'는 섬으로 들어오거나 나가면서 배를 타고 보면 더 멋지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길이 나 있는 모양새가 독특하면서도 웅장하다.
       

절터도 있다. 옛 문헌에는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 지눌이 금오도의 송광사, 순천 조계산 송광사를 오가면서 돌산 은적암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이 절터를 송광사라고 추정한다.
 

절과 관련한 전설이 전한다. 옛날 어떤 도사가 지팡이를 두드려 이 절을 지었는데 상좌아이가 부처님에게 공양을 드리기 위해 쌀을 씻던 중 발을 헛디뎌 벼랑으로 떨어져 죽었다. 그러자 도사는 지팡이로 산봉우리를 쳐 흙으로
   절의 흔적을 없앴단다. 상좌아이가 쌀을 씻던 절벽 위에는 쌀뜬물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고 전한다.
   

큰 바위를 등지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자리 잡은 절터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긴다.
     이 외에 길은 억새밭도 지나는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풍경이 아주 운치가 있다. 풀섶에서 염소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볕 아래에서 송아지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모든 것이 어우러진 섬의 풍경은 12월인데도 여전히 봄날이다.
    


금오도(여수)=글ㆍ사진김성환기자
      spam001@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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