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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안초등학교

어느날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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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희 조회 92회 작성일 23-03-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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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 전집이 딸아이 방에 배치 되어 있지만,요즘 딸아이 학교에서 독서 퀴즈를 한다는 다산 정약용 위인전은 어쩐 일인지 빠져 있었다. 
    다행히 우리 동네에는 헌 책방이 있었고, 이미 단골이 된 나는 동네 시장 길을 따라 그 곳에 가게 되었다.

    헌 책 이라며 한사코 값을 받지 않는 고마운 주인을 뒤로 하고 나는 아들 손을 잡고 뜨겁게 쏟아지는 태양빛을 피해 그늘진 보도블럭 길을 따라 재래시장 쪽을 향해 걸어 가고 있었다.



    "혹시,이종희씨 아니세요?."
    왠 건장한 아저씨가 내 앞을 가로 막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데 나는 순간 머리가 먹먹해 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네로 이사 온지 6년이 흘러가고 있었건만 쉽게 다가서지 못한 내 성격 탓에 알고 지낸 사람이라야 딸 아이 친구 엄마 아니면 학원 선생님, 그리고 예전 거래처 사람들 뿐, 그도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내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보고 당황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누구세요?."
    "이종희씨 아니세요?."
    그 남자는 놀란 내 얼굴을 보며 어색한 듯 웃으며 되 물었다.
    "맞는데요...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세요?."
    "안도가 고향이 맞지 않나요?..제 동창생 같아서요..."
    "네?! 그럼 동창 누구요?."
    "나...김덕만 이라고 하는데..."
    "아! 맞다.에고...그런데 나를 어떻게 알았어...요?."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네...그래서 알아 볼 수가 있었지."
    "난 통 모르겠다.네가 김덕만 이라고 하니까 그 때 니 얼굴이 조금 보이긴 한데...세상에..."
    동창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23년만에 만났어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고향 ...그 작은 섬마을 친구임에 틀림이 없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그의 친구들 이야기를 주고 받는 동안 주위 상인들은 우리의 상봉이 믿기지 않는 듯 덩달아 놀라며 주시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집사람 이라며 그 동안 상인들 틈에 끼어 우리의 만남을 어이없게 바라보며 웃고 있던 한 아낙을 소개 시켜 주었고,주위 상인들을 가리키며 다 친구처럼 편하게 지낸 사이라며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싸게 사다 줄 테니 앞으로는 자기한테 부탁하란다.



    "응, 우리 딸은 지금 4학년이야."
    어느덧 우리는 아이들 이야기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어!?...여기 학교?."
    "응. "
    "4학년 몇반?."
    "12반."
    "아이고, 우리 아들도 그반 인데?."
    "뭐라고?."
    "참...네."



    우연인지,필연인지 아니면 세상이 너무 너무 좁은 건지
    그 먼 섬마을 자그마한 분교.
    뒤 뜰 키 큰 나무 밑동을 따라 만들어진 연못에 붕어가족을 보며 커 왔고 축구공이 수 없이 빠지던 학교 앞바다 두몽안을 기억하는 친구들... 그들의 아이들이 멀고도 낯설기만 한 대도시, 그 수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그것도 같은 반이란다. ...



    부천에서 김치 중간 도매상을 한다며 김치가 떨어지면 전화만 하면 언제든 공짜로 갔다 주겠다며 내민 명함을 들고 돌아와 딸 아이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딸도 믿을 수 없다며 함빡 웃음을 터뜨렸다.



    이틀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아이러니 한 이 인연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 지지가 않아 친구가 준 명함을 다시 꺼내 보고있다.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수없이 스치고, 만나고, 헤어진 인연의 틈바구니에서 '나' 라는 존재가 한 없이 낯설게 다가 올 때가 있다. 그래도 여전히 곰삭은 인연을 좋아하고 옛 동무를 그리워 하는 나 이기에 정말이지 로또 복권 당첨 확률보다 더 낮은 이 운명적 우연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오늘은 내친 김에 로또복권이나 사로 가야겠다.그 운명적 우연을 더 이상 기대하진 않지만 혹시 라도 내게 그런 행운까지 찾아오면 나를 알고 있는 숱한 사람들께 점심한끼 꼭 대접하리...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이 글은 2003년도 우리가 막 베트남 떠나기 직전에 덕만이를 만나고 쓴 글인데

어젯밤 울 짝꿍 드디어 30년만에 덕만이를 만났다.
그들은 반가움 만큼 마신 알코올 때문에 거의 초죽음이 되어 귀가한 후
결국 필림이 끊기고 말았다.
뒤 늦게 도착한 영태는 둘의 모습에 질려 술을 마시고도 취할 수가 없었다는 후...문 ㅋㅋ

10.3.8

<span class="guest">하성기</span>님의 댓글

하성기 작성일

캬~~ 인연이란 참... 만나면 반가운 친구들이 아직도 많은데... 평생 다 볼 수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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